[사설] 북핵 위협 고조, 다각적 긴장 완화 노력 기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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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번째 ICBM… 대북 억지력 확대를
외교 해법 통해 한반도 평화도 모색해야

미국 해군 핵추진 잠수함 미주리함이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다음날인 18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 해군 핵추진 잠수함 미주리함이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다음날인 18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에 발사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 24분께 평양 일대에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10시간 만에 ICBM까지 쏘아 올린 것인데,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 7월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지 5개 여월 만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전 지구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는 점에서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번 ICBM 도발은 한미가 지난주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내년 8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핵작전 연습을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번 ICBM은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비행 거리 등을 봤을 때, 지난 7월 화성-18형을 다시 시험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1만 5000㎞ 이상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만한 사거리다. 북한이 지난달 군사 정찰위성이라는 ‘눈’을 보유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주먹’까지 과시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올해 들어 북한이 위협적 도발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도로 강화한 북한은 지난해부터 한국을 전술핵으로 겨냥하겠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서는 정찰위성 발사 성공이라는 결과까지 얻었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한 데 이어 ICBM까지 쏘아 올리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높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게 있다.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커다란 해악이 되는 이런 도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대응 능력과 태세를 강력하게 유지하면서 대북 억지력 확대를 꾀해야 하는 이유다.

억지력 강화와 핵전쟁 예방 조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게 미국에 치우친 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있다. 미국의 핵우산 정책과 전략무기 배치에 의존한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핵무기 사용의 결정권은 여전히 미국 대통령에게 있고, 핵우산 공약은 만일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 대 강 일변도의 대응 방식은 결국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 위험성을 고조시킬 뿐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억지력 확대도 좋지만 다각적 분야에서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핵 위협과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해법도 함께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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