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혈세로 키워낸 HMM 졸속 매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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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둘러싼 '공정성 시비' 점점 격화
제2의 한진해운 사태 반복되지 않아야

HMM의 컨테이너. HMM 제공 HMM의 컨테이너. HMM 제공

국내 최대 원양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최종 인수 후보자(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HMM 인수전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서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지난달 23일 마감된 본입찰에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입찰을 받았다. 이날 하림 컨소시엄은 6조 4000억 원을 HMM 매수 희망가로 써냈고, 동원 측은 6조 2000억 원을 적어냈다. 매각 측인 산은과 해진공의 희망가는 최소 6조 3500억 원이었다. 본입찰 결과, 하림이 커트라인을 넘어서면서 단독 후보가 됐다. 하지만 하림이 입찰 신청을 하며 써낸 각종 요구 사항이 매각 측의 전제 조건과 충돌했다.

하림은 ‘매각 측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JKL파트너스 제외’를 요구했다. 당초 매각 측은 본입찰 전 인수 후보자들에게 ‘매각 조건’을 보냈는데, 주요 내용은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최대 5000억 원(3년간)으로 제한’ 등이었다. 향후 인수자 측이 HMM을 제대로 경영하지 않고, 10조 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빼먹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린 뒤 지분을 팔고 빠지는 ‘먹튀’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업계에선 “동원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우위를 점한 하림이 최종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리한 요구 사항을 매각 측에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원은 매각 측 전제 조건들을 그대로 수용했지만, 하림은 각종 역(逆)제안을 펼쳤다. ‘지분 5년 보유’ 조건에 대해 “인수 파트너인 JKL파트너스를 예외로 해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만약 이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JKL 측은 인수 뒤 주가가 오르면, 바로 수익을 내고 빠져나갈 수 있다. 소위 ‘먹튀’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단 얘기다. 하림은 2015년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한 뒤 계열사인 하림USA가 2021년 자금난에 빠지자 300억 원대의 팬오션 자금을 하림USA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이를 두고 “하림이 팬오션을 자금 공급책 역할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하림이 HMM을 돈줄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HMM 매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내년에도 해운업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HMM에 투자 여력이 없는 기업을 선택할 경우 국내 해운업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과 자금력 있는 국내 선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식으로 HMM 매각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졸속 매각이 되어선 안 된다. 수조 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한 취지도 살려야 한다. HMM이 보유한 막대한 유보금이 어느 한 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만 쓰여서도 안 된다. HMM 매각 문제는 한국의 국제 해운력 유지와 직결된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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