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설의 공양주’라고 불리지만 밥 지어낼 때가 제일 행복”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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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자 천불정사 공양주 보살

25년째 고시생 등 식사·도시락 제공
신도들 마음 모아 ‘깜짝 팔순 축하연’
여동생은 동국대 1억 원 발전기금도
“음식은 정성이 최고… 잘 먹어줘 뿌듯”

천불정사에서 25년째 공양주 보살을 하며 고시·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위해 아침 식사와 점심·저녁 도시락을 제공하는 조정자 씨의 팔순 축하연. 천불정사에서 25년째 공양주 보살을 하며 고시·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위해 아침 식사와 점심·저녁 도시락을 제공하는 조정자 씨의 팔순 축하연.

“야들아~~~ 얼릉와서 밥묵으라!!”

고시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위한 기숙사 제공과 지역민을 위한 자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천불정사(회주 고담스님)에서 지난달 30일 이색 팔순잔치가 펼쳐졌다.

‘꽃처럼 아름다운 4번째 스무 살 조정자 보살님의 팔순 축하’ 행사다.

조 보살은 이곳 천불정사에서 25년째 공양주 보살을 하고 있다.

천불정사는 2006년부터 고시생과 공무원 준비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매년 1000만 원씩 현재까지 17년 동안 1억 7000만 원을 지원해 왔다. 또 행정고시반 신목정 학생들을 위한 숙식 제공과 사찰 내 고시생들을 위한 기숙사 ‘고담정’을 마련해 무상 지원하고 있다.

천불정사 주최와 신도회, 고담·나누미 봉사단과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신도 등 100여 명이 함께해 훈훈한 감동의 장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 넉넉한 웃음과 인심으로 ‘고시생들의 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은 절에서 공부했던 고시·공무원 시험 합격생과 준비생, 스님, 신도들이 팔순을 맞은 조 보살을 위해 ‘깜짝 축하연’을 열었다.

신도회가 마련해 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법당에 도착한 그는 뜻밖에 너무 큰 축하연에 놀란 표정을 짓고 참석자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자 고개를 떨구고 잠시 눈물을 보였다.

행사 1부에서 조 보살의 봉사 활동 동영상과 이곳 출신 고시 합격생과 준비생 등의 축하 인사와 동영상이 나오자 경내가 숙연해졌다. 일부 참석자는 그의 긴 세월 봉사 활동에 감동하며 손뼉을 치며 울먹이기도 했다. 2부는 동국대 WISE 캠퍼스 대외협력처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잔치는 25년간 절 밥상을 챙기고 특히 고시생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침 식사와 점심·저녁 도시락까지 꼼꼼히 챙겼던 그의 숨은 노력에 대한 보은 자리였다.

일반 가정의 어머니도 하기 힘든 일상을 아무런 불평도 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학생들의 입맛까지 고려해 사찰음식에 개인별 특별반찬을 추가하고, 맞춤형 도시락까지 매일 아침 제공했다.

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따듯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위로를 해주면서 용돈도 몰래 챙겨주면서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조 보살은 “그냥 혼자 이렇게 쭉 살아오고 있는데 잔칫상이 어색해 몇 번이나 거절했다. 뜻밖에 큰 잔치상을 받고 귀한 선물까지 한 보따리 받아 너무 감동했다. 세상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회주 고담스님은 감사 인사를 통해 “팔순을 맞이한 조 보살은 우리 절의 보배이자 고시생 준비반의 산증인”이라며 “고시생들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조 보살의 여동생이자 천불정사 신도인 조말순 여사는 2021년 암투병을 하며 당시 동국대 WISE 캠퍼스에 1억 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자매들의 나눔과 자비의 불심이 드러났다.

“정신없이 살다가 여동생 따라 우연히 찾은 천불정사에서 일손이 부족한 공양주 보살들 틈에서 잠시 도와주다고 자원봉사를 자처했어예. 결국 그 인연의 끈에 이렇게 긴 세월 공양간을 지키며 고시생들과 함께 했어예.”

‘전설의 공양주’라고 불리는 조 보살은 공양실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공양을 지어낼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크게 웃었다.

조 보살은 앞서 지난달 21일 동지를 앞두고 신도들과 팥죽 800인분을 만들어 부산대학교 앞에서 나누며 대학생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또 매년 복지관 입소자와 직원들에게 반찬과 과일을 나눠 주고, 교도소 재소자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

그에게는 꿈을 이룬 사람만이 보여주는 여유 있는 표정이 있었다. 꾸밈 없는 웃음, 욕심 없는 인성과 편안한 유머 감각까지, 팔순 공양주 보살은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자유롭고 충만해 보였다.

“음식은 정성이 최고이지예, 좋은 재료와 건강식을 기본으로 고시생들이 잘 먹고 잘 지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랄뿐 이예요. 덕분에 저도 잘 먹죠. 이제 더 바랄 게 없지예. 하하하.”

글·사진=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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