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반려견 복제
우리나라에서 동물 복제 얘기가 나오면 ‘황우석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한국 최초로 체세포 복제 기술로 복제 송아지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황우석 박사는 2005년 복제 개까지 성공하며 세계적인 학자로 부상했다. 거듭된 동물 복제 성공을 바탕으로 인간 줄기세포 연구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이후 난자 채취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와 데이터 조작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동물 복제 분야에선 선구자였지만, 큰 기대를 걸었던 인간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비윤리적인 문제로 실망만 남긴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졌다.
당시 충격 때문인지 몰라도 동물 복제를 거론하면 윤리적인 문제까지 늘 함께 제기된다. 1996년 영국에서 최초로 체세포 복제 기술로 ‘하얀 양 돌리(Dolly)’가 탄생한 지 거의 30년이 돼 가는 지금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한 유튜버가 1년 전 사고로 죽은 반려견을 복제한 강아지 두 마리를 영상에 올려 논란이다. 이 유튜버는 8000만~1억 2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동일한 유전자 형질을 보유한 강아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복제하고자 하는 반려견의 체세포를 채취한 뒤 이 체세포와 다른 개의 난자를 결합해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을 썼다. 과정이 복잡하고 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탓인지 비용 역시 비싸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복제견에 대해 “반려견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렇게 했겠느냐”는 동정론이 있다.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이나 우울증인 일명 ‘펫로스’를 극복하는 데 복제견이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에선 역시 동물권 침해와 생명 윤리 문제를 들어 공박한다. 양측의 시각이 뚜렷이 상반됨에도 불구하고 근래에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서인지 체세포 보관 문의가 연간 수백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복제견으로 반려견의 부재를 완벽하게 메울 수 없다는 점에서 복제견이 최선의 방안인지는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만남과 헤어짐은 항상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들 얘기한다. 거기에 적응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게 생명 있는 존재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복제견을 만드는 게 과연 ‘사랑’인지 ‘소유욕’인지는 각자의 판단 영역이겠으나, 이로 인해 건강한 이별과 새로운 만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수긍이 간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