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사립대병원 최초 ESG경영 선포
의료폐기물 감축, 사회공헌 확대 등 추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조직에 ESG가 스며들게 하는 게 목표”

안희배 동아대병원장은 “ESG경영이 지역의료기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SG 경영’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ESG 경영이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가치를 두는 경영을 말한다. 이윤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국립대학병원 등 의료기관에도 ESG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아대학교병원은 지난달 12일 부울경 사립대학병원 최초로 ESG 경영을 선포해 눈길을 끌었다.

“아직 의료기관의 ESG 경영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더욱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목표를 수행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병원과 사회가 같이 건강해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안희배 동아대병원장은 지역 사립대학병원으로서 발 빠르게 ESG 경영을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료기관이 ‘치료 잘하는 병원’ 이미지는 당연한 거고요, 지역 의료기관의 현실을 고려하면 차별화된 생존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ESG 경영이 동아대병원의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많은 의료기관이 ESG를 도입하면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은 물론이고 국제 경쟁력도 강화될 겁니다.”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인 만큼 산업계에서 쓰는 ESG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다. 안 병원장은 의료기관별로 적용 가능한 지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병원을 평가하던 정량적 지표인 수술 건수, 환자 수, 재원일 수 등에서 벗어나 비정량적 지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의료기관 ESG에서 강조되는 지표는 새로운 게 아니고 기존에 수행하던 것을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동아대병원은 지난해 10월 ESG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중·단기 계획을 세웠다. 단기 목표로 환경 분야는 의료폐기물 저감, 에너지 사용 효율 향상, 재사용 용수 사용에 관해 설정했고, 사회 분야는 환자 경험 개선, 사회공헌활동 확대, 근무 환경 개선 등을 목표로 한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투명한 경영과 윤리규정 강화 등을 추진한다. 또한 직원들의 참여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교육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 이후 의료폐기물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일반쓰레기와 의료폐기물, 감염성 폐기물과 비감염성 폐기물 등이 섞여 배출되는 게 많아 자원 재순환이 어렵습니다. 직원들이 분류를 잘 해서 버리는 것만으로도 폐기물 감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해서 조직에 ESG가 스며들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안 병원장은 다른 병원과의 컨소시엄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 병원의 ESG 경영이 정착되면 다른 병원들과 협력하고자 합니다. ESG 경영 사례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하면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인력이 한정돼 있고 경영구조가 좋지 않은 지역 의료기관이 ESG 경영을 접목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안 병원장은 경영진의 선도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들은 이미 의료기관 인증평가와 상급종합병원평가 등 계속 바뀌는 다양한 평가제도에 대응해 왔습니다. ESG 평가 기준은 기존 평가 관리체계와 중복되거나 연계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분야별로 세밀하게 검토한다면 ESG 경영이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같이 상생하는 의료기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안 병원장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부산진구 개금3동 일대에서 병원 직원들과 함께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