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술 그 자체가 목적인 ‘데스티네이션 아트’ 개념에 주목할 때입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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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컨시어지’ 이상훈 대표
본보 ‘시그니처 문화공간’ 연재
“문화공간 재편 시기 도움되길”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미쉐린 가이드에 나오는 별의 수는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별 두 개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별 세 개입니다.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한 식당’이란 의미로, 오직 이 음식점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여행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여행을 간 김에 공연을 보고, 미술관을 찾는 게 아니라 예술 그 자체가 목적인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 해에만 170개 도시를 방문하고, 해외 공연만 64편을 관람했으며, 미술관은 126곳을 찾아다녔다. 지난해 해외 체류 일정은 200여 일에 이른다. 음악 축제를 비롯해 공연, 미술관, 건축물을 보러 다녔다. 전부 일로써 다녀왔다. 지금까지 누적 여행 도시는 1400개에 이르며, 여행 경비로는 40억 원을 썼다. 아트 트래블 1인 기업 ‘아트컨시어지’를 운영하는 이상훈(48) 대표 이야기다.

이 대표는 오는 12일부터 <부산일보> 지면에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그가 지금까지 다녀오거나 앞으로 하게 될 여행지에서 이미 봤거나 보게 될 공연과 전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시그니처 문화공간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런 곳에서 만난 공연과 전시가 갖는 현재성을 살리고자 한다. 그러면서 ‘데스티네이션 아트(Destination art·목적지 예술)’ 개념을 강조했다.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예술로, 관광과 예술의 접합점이 무척 기대되는 개념”이라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현재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경제력 있는 시니어들이 저의 주 고객입니다. 2009년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을 하는 단체가 한두 팀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비슷한 콘셉트로 하는 곳이 많이 생겼습니다. 여행 역시 주제를 가지고 하는 여행으로 재편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좋은 공연과 전시를 가려내는 선구안이겠죠.”

예를 들면 그는 오는 2025년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말러 페스티벌’ 1차 오픈 티켓을 예매하는 데 성공했다. 말러 1번부터 9번까지 교향곡 전곡과 ‘대지의 노래’ 연주까지 이어지는 페스티벌이다. 전체 공연을 다 보려면 암스테르담에서만 11일을 머물러야 한다. 통으로 오픈한 1차 티켓은 매진 상태다. 누군가 이 티켓을 예매해 달라고 해서 한 게 아니라 일단 매표부터 하고 티켓의 주인공을 찾는 식이다. 오는 7월 파리 센강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 야외 개막 공연 유료 입장권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2025년 5월까지 여행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국내에선 뮤지컬과 음악 축제 분야에선 제가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축제의 경우, 국가와 도시별로 60~70개를 업데이트합니다. 400여 개 미술관 도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과 공연은 무형의 경험이지만 전시와 강연을 병행하면서 유형의 경험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멈춰 있던 시기 여행 횟수는 줄었지만, 전시와 강연의 기회가 생겨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건, 인류가 남긴 최고의 인류 문화유산을 현장에서 마주한 게 가장 큰 자산이고 경험이었다”면서 “건축을 전공하고, 한때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했으며 박사과정도 수료한 만큼 언젠가는 건축가로 복귀하는 것도 과제”라고 밝혔다.

“앞으로 2~3년은 부산의 문화공간이 재구성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산의 문화공간은 도시 규모에 맞게끔 발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다목적, 프로시니엄 홀에서 공연하고 있으니까요. 시립미술관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가고, 음악 전문 부산콘서트홀이 내년 중으로 개관하고, 퍼포밍아트센터가 될 오페라하우스가 조성 중인 만큼 제 경험이 부산 시민들과 널리 공유돼 부산의 시그니처 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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