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대형 전세사기? 부산 시내 87세대 피해 추정
A 씨 부부, 동래·연제·남구 등 빌라 소유
현재 60억 원 피해 추산, 더 늘어날 수도
부산 곳곳에 빌라를 소유한 부부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액만 수십억 원에 달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9일 부산 동래경찰서·연제경찰서·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동래구, 연제구, 남구 등에 빌라를 소유한 50대 남성 A 씨와 아내인 50대 여성 B 씨, 세입자와 거래를 중개한 50대 여성 C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A 씨 등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적게는 수천만 원부터 많게는 1억 4000만 원까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B 씨가 소유한 부산 4개 빌라에서 총 61세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다. A 씨에게 피해를 입은 건 동래구 온천동 빌라 23세대, 연제구 연산동 빌라 2곳 35세대다. B 씨 소유 남구 문현동 빌라에선 확인된 것만 3세대다.
경찰에 따르면 남구 빌라에서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나머지 26세대도 추가 피해가 예상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확인된 피해액만 약 60억 원으로, 세입자들이 향후 돌려받아야 할 금액을 더하면 약 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근저당을 말소하겠다며 전세 계약을 한 후 실제로 말소하지 않거나, 우선 퇴실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후 돌려주지 않았다. 동래구 빌라 피해자들은 A 씨 일당이 계약 당시 빌라 근저당이 일부 호실에만 국한돼 건물 시세보다 매우 적은 편이라며 건물 근저당 비율을 속였다고 주장한다. 빌라 27세대 중 2개 세대를 제외한 25세대 호실에 모두 무리하게 근저당이 설정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동래구 온천동 빌라에는 약 30억 원 상당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A 씨는 우편물을 동래구 빌라 전 세대에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우편물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라는 제목으로 출력된 편지였다. 편지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 씨 역시 정식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라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이들은 C 씨가 임대차 계약 관련 서류 일체를 A 씨를 대신해 작성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개보조원은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섰다. 9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정 모(33) 씨는 “계약 당시 A 씨 일당이 가진 빌라만 16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금도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만약 빌라 16곳이 모두 피해를 보면 피해자만 약 300세대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A 씨 일당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경찰 수사 핵심이다. 현재 B 씨에겐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으며 A 씨에게도 같은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돌입하는 단계”라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집중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