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나 기다렸는데 또?” 거제 사등면 지주들 발끈한 이유는
해양플랜트국가산단 백지화에도
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안해
3월 기한만료 앞두고 보완 요청
지주들 “더는 못 기다린다” 반발
“국책사업이라고 참아온 세월이 올해로 8년째다. 더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 딴죽에 하세월 하다 물거품된 경남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부산일보 2023년 4월 10일 11면 보도 등) 예정 용지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 만료를 앞두고 도가 연장 움직임을 보이자 토지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거제시에 따르면 도는 2022년 3월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 예정지인 사등면 사곡리‧사등리 일원 1.57㎢, 1216필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원할한 사업 추진을 위해 투기 거래로 인한 급격한 지가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허가구역 내 농지 500㎡, 임야 1000㎡, 기타토지 250㎡를 초과하는 토지거래는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정해진 기간에는 허가 받은 목적대로만 토지를 이용할 수 있다.
도는 2016년 최초 지정 이후 2년씩 연장해 왔다. 하지만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토지주들에겐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 족쇄가 됐다. 참다 못한 지주들은 2022년 2월, 반대대책위를 꾸려 지정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는 아직 기회가 있다며 2024년 3월 1일까지 한 번 더 연장했다. 이런 노력에도 끝내 국토부 문턱을 넘지 못했고, 지난해 4월 사업 주체인 민관 법인이 해산하면서 프로젝트는 사실상 폐기됐다.
이후에도 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도는 작년 6월 대책위 요청에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되거나 시·도지사·시장·군수로부터 허가구역 지정해제 또는 축소 요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지체 없이 해제해야 한다”면서도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를 고려할 때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검토된다”고 답했다.
다만 “지정 기한 만료까지 거제시의 재지정 의견이 없으면 해제된다”는 단서를 달았고, 다행히 거제시가 재지정 의사가 없다고 공언하면서 지주들은 3월에는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최근 도가 해제에 따른 보완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현재 회신 내용을 정리 중”이라며 “기한이 끝나면 자동 해제되도록 한다는 거제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지주들은 불안감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매번 사전 통보나 동의 절차 없이 지정해 왔다. 또 그러진 않을까 걱정이 많다”면서 “8년간 규제에 묶여 재산권 침해가 심각하다. 만약, 이번에도 지주들 목소리를 외면하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단행동에 나설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거제해양플랜트산단은 경남도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정부로부터 유치한 3개 특화산단 중 하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기존 산단과 달리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건설사가 손잡고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방식 국가산단으로 주목받았다.
사등면 앞바다 301만㎡를 메워 472만㎡ 규모 해양플랜트 모듈생산 특화단지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추정 사업비는 1조 7340억 원. 2016년 사업 계획 승인을 신청해 2017년 최대 난관 중 하나였던 공유수면매립 심의를 통과하고 그해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까지 마무리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인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에 발목이 잡혔다. 당시 민간위원 22명 중 21명(5명 조건부)이 찬성 의견을 냈는데, 정작 국토부가 반대했다. △대기업 참여 △실수요 기업 유치 △신뢰할 만한 자금조달 계획이 없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대규모 바다 매립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도 부담이 됐다.
그 사이 프로젝트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2022년 7월, 착공 지연으로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실효처리된 게 결정타가 됐다. 계속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거제시는 출구전략 찾기에 나섰고, 작년 4월 산단 조성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도 청산하면서 사업은 백지화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