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수도권 법인 공세… 부산 법무사 ‘이중고’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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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업체 집단 등기 ‘싹쓸이’
지역 업계, 수임 건수 감소세
“재건축 조합과 짬짜미 의혹”
입찰방해 혐의 검찰 고소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빌딩.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빌딩. 부산일보DB

부산 법무사 업계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수도권 대형 법인의 집단 등기 싹쓸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법무사회가 “주요 수입원인 부동산 등기를 편법으로 가로챘다”며 수도권 법무사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일까지 생겼다.

10일 부산법무사회에 따르면, 부산 법무사 수임 사건은 2017년 54만 5943건이었는데 2022년 36만 863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57만 2870건)의 경우 전국적인 부동산 활황으로 깜짝 반등했지만, 부동산 침체로 수임 건수는 다시 2년 만에 37%나 줄었다.

지난해 1~11월의 경우 33만 9152건에 그쳐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법무사회 관계자는 “2023년 역시 전반적으로 여건이 나아지지 않아 사건 수임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사무원 역시 2017년 1349명에서 2022년 1132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사무원은 지난달 26일 기준 1053명으로, 이 추세라면 올해 안으로 1000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법무사 업계가 힘들어진 원인으로 먼저 부동산시장 침체가 꼽힌다. 법무사는 법원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대행이나 경매·공매 사건의 입찰 신청 대리 등을 수행한다. 이 중 부동산 등기는 전체 매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크다. 2022년부터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등기 수요도 눈에 띄게 급감해 수익 감소가 가시화하고 있다.

지역 법무사업계는 수도권 대형 법무사법인의 ‘집단 등기 싹쓸이’를 침체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부산의 굵직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현장에서 편법을 동원한 파격적인 제안으로 등기 업무를 휩쓴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법무사는 “수도권 대형 법무사법인이 소위 ‘선수’를 부산의 아파트 입주 예정자 모임 카페 등에 투입해 일정 기간 활동하면서 자신이 입주민 전체를 대변하는 듯 환심을 산 뒤, 일부 등기는 파격 할인해 준다는 식으로 업무를 휩쓸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취득세 등 각종 공과금에서 부가적인 돈을 붙이는 ‘조삼모사’ 격으로 전문가가 보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는 ‘100% 불법 꼼수 영업’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 법무사 법인 홈페이지의 인사말을 보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법무사의 역할은 과거와 달라졌다’며 재개발·재건축 등기에 특화됐다며 전문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법무사 선정을 위해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 입찰을 해야 한다. 부산법무사회는 최근 수도권 일부 법인만 고득점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설정해 지역 법무사를 고의로 떨어뜨려 업무를 방해했다며, 수도권 법무사법인과 부산의 A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을 입찰방해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해당 아파트는 3000여 세대로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고발장에 따르면, 2022년 12월 A 조합 측이 제시한 일부 입찰 심사 평가 항목에는 법무사법인의 3년간 매출액 합계가 100억 원 이상, 임직원 수가 30명 이상 등일 때 최고점을 준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부산법무사회는 이 정도 규모를 갖춘 법인은 부산에서는 전무하고 전국적으로도 두 곳 정도에 불과해 처음부터 특정 업체가 선정되게 할 목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부산법무사회 최철이 회장은 “수도권 대형 법무법인은 다양한 협력 업체들과 함께 움직이며 꼼수 영업으로 전국 각지 부동산 등기를 싹쓸이해 지역 법무사업계의 피해가 크고,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출 규모나 임직원 수 등은 법무사 능력과는 무관할뿐더러 조합 측이 제시한 조건은 법무사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조건이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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