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위한 부산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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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식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원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가의 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과학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양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안보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로봇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발표했다. 2023년 12월 21일에는 이 분야 과학기술인재의 질적 역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R&D(연구개발) 기반 인재 정책’을 포함한 ‘국가전략기술 인재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특화·공통 R&D 인재의 효과적인 양성 체계를 위한 부처 간 협력 기반의 특화R&D 인재양성 거점기관 운영, 공통R&D 특화교육기관 지원체계 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인재 양성 정책은 지방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부산을 비롯한 대다수의 지방도시가 인구 감소와 인재 유출의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최근 5년간(2017~2021년)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과학기술인재를 육성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최종 종착지는 대전과 수도권이다. 부산 내 대학을 졸업한 이공계 학부 졸업생 중 63.0%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 졸업생의 경우 이 비율이 66.5%로 더 높은데, 특히 석·박사급 인재 유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국가전략기술과 관련성이 높은 화학공학, 소재·재료, 전기·전자, 기계·금속 전공자의 지역 유출률은 각각 78.0%, 73.3%, 70.0%, 67.9%로 나타나 지역 평균을 상회한다. 사실상, 부산에서 육성한 국가전략기술 인재는 학위 기간만 잠시 부산에 머물다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상황이다.

인재 유출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은 연구개발 기능을 가진 우수한 일자리 부족에 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는 일자리가 인재를 따라 이동하는, 이른바 ‘Jobs follow people(일자리가 인재를 따라 이동)’의 경향도 관찰된다.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힉스 교수는 인디애나주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1970년대에는 인재들이 일자리를 따라 이동했지만, 반대로 2000년대에는 일자리가 인재들이 집적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관찰한 바 있다. 여러 논쟁에도 불구하고, 지역 발전에 있어서 전통적인 기업 유치 전략보다 우수 인재 유치 전략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산도 과학기술 인재의 정주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개발 생태계가 지역 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연구소인 벨기에의 아이멕(IMEC)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협력 생태계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이처럼 부산이 특화할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주도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과학기술 인재의 지역 정주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에서 육성되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지역에서 연구자로 성장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적인 연구자 성장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산학이 연계한 국가전략기술 공동연구소를 조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임계 규모(critical mass)’ 이상의 과학기술 인재와 역량을 집적·특화시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지난해 부산이 유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의 대상 분야인 전력반도체, 글로벌 혁신특구의 대상분야인 차세대 해양 모빌리티는 부산이 특화하여 육성할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부산이 인재가 모이고 기업이 성장하는 동남권 첨단기술의 진정한 ‘브레인 허브(brain hub)’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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