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나를 살린 책들을 당신에게 보내요
해방의 밤 / 은유
은유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글을 각종 매체에서 가끔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의 책을 찾아서 읽을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의 책이 다소 불온(?)해서, 불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은유의 글을 읽다 보니 뼈를 깎아서 피로 쓰는 느낌이다. 그게 과장된 표현이라면 최소한 스스로를 갈아서 글을 쓰는 것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해방의 밤>은 형식적으로는 그가 읽은 책들에 대한 글이다. 단순한 책 소개서는 아니고,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포함한 여러 경험과 생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유아차를 탈 때부터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드나든 저자의 큰아이가 어버이날 카드에 쓴 글이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타자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이 되어 보는 것, 불행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해피 어버이날.” 읽는 사람은 답을 구하는 사람이다.
은유 작가가 불편할지 모른다는 편견은 맞기도 틀리기도 했다.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라는 대목의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위대한 마음은 양성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주옥같은 문장이 그득하다. 너무 힘들지만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라이너 쿤체가 쓴 짧은 시 ‘뒤처진 새’라도 찾아서 읽어 보길 권한다. 나를 살린 책들이라면 남도 살릴 수 있으리라는 간곡한 마음을 담았다. 은유 지음/창비/364쪽/1만 8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