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단체 지정에 자폭 드론 응수한 후티 반군
아덴만서 미국 화물선 공격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대피
국제 테러리스트 지정 앙갚음
이란 믿고 버티는 후티 반군
“홍해 선박 공격 멈추지 않을 것”
미국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세력 후티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직후 홍해를 지나던 미국 화물선이 또다시 공격받았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군사 대변인인 야흐야 사레아 준장은 이날 사전 녹화한 영상 연설을 통해 “아덴만에서 미국 선박 ‘젠코 피카르디’를 ‘다수의 적절한 발사체’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는 예멘 인근 해상을 지나던 이 배의 좌현에 자폭 드론이 돌진해 한때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는데 그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사레아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는 건 필연적이다. 후티를 겨냥한 어떤 공격도 대응과 처벌 없이는 넘어가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자폭 드론에 피격된 마셜제도 선적의 벌크 화물선 젠코 피카르디의 소유주는 미국 뉴욕 소재 해운사인 젠코시핑앤드트레이딩으로 확인됐다. 젠코 측은 “이 배가 인광석을 운송 중이었으며 타고 있던 선원은 모두 다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선원들이 조사한 결과 자폭 드론의 피해는 제한적이며 배는 해당 구역을 벗어나 안정적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교역로인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해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물류 대란을 초래하고 있다. 명분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과 관계가 없는 선박들까지도 공격 중이다.
서방은 홍해의 안보 보장을 위해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를 구성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은 이달부터 후티 반군 군사시설 폭격을 시작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는 17일 현지에 배치된 군함과 잠수함들이 후티 반군을 겨냥해 추가 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10여 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후티 반군을 겨냥한 미군의 네 번째 폭격이다.
중동과 이집트, 서아시아 등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SNS ‘엑스(옛 트위터)’로 공유한 성명에서 “발사 준비를 갖춘 후티 반군의 미사일 14기를 대상으로 폭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발사대에 놓여 언제든 쏘아질 수 있었던 이 미사일들은 역내 상선과 미군 함선들에 대한 즉각적 위협이었으며, 미군은 스스로를 방어할 고유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부사령부는 이 공격이 이날 새벽 젠코 피카르디가 홍해 인근에서 후티 반군의 자폭 드론에 피격된 데 따른 대응인지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지난 17일 후티 반군을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이 경우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1월에도 후티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가 현지 구호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유엔의 우려 제기에 1개월 만에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후티 반군 측 대변인인 무함마드 압둘살람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배나, 점령된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선박들을 표적으로 삼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