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한 비대위원장 충돌… 국민 눈높이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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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명품백 대응 문제로 본격화
양측 모두 자세 더 낮추고 겸허해야

회의하는 한동훈 위원장. 연합뉴스 회의하는 한동훈 위원장. 연합뉴스

당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21일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한 위원장은 22일 자신의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위원장이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김 여사 문제로 다시 혼란에 빠진 꼴이다. 만약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실제로 사퇴를 요구했다면, 이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공천 문제도 있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대응 문제에서 본격화됐다. 한 위원장은 취임 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최근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김 여사를 프랑스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하면서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김 비대위원을 한 위원장이 공천할 것처럼 얘기하고, 한 위원장도 김 여사 의혹에 국민 눈높이를 언급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동조하는 여권 내부 목소리도 기름을 부었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해 ‘함정 몰카’ 피해자라는 대통령실 주장과 충돌했던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김 여사 문제로 다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당내 갈등에만 몰두하는 여권의 모습은 볼썽사납다.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사이에 이런저런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대놓고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 만약 한 위원장이 물러나면 윤 대통령 취임 후 2년도 안 돼 이준석, 김기현 전 대표에 이어 세 번째로 여당 대표가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갈등 속에서 윤 대통령이 22일 오전 예정됐던 5번째 민생토론회 일정에 돌연 불참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민생토론 불참 역시 국민을 외면하는 처사다.

윤 대통령의 정치력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전개될지, 봉합 수순으로 수그러들지 쉽게 예단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이 직면했던 어떤 정치적 사안보다 무겁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까지 겹쳐 정치적 중립 문제도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4·10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았다. 총선을 앞둔 상황의 당정 갈등은 쇄신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이 아니라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지닌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민 앞에 자세를 낮추고 겸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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