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활기찬 노인을 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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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최근 노인종합복지관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어떤 기관의 부산시 예산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기관은 소수의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으로 호평을 받았다. 캐리커처, 자서전, 패션쇼 등이다. 패션쇼 참여 노인 중 한 명은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자 “1년 동안 준비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작년에는 패들보드 요가 같은 프로그램 운영으로 참여율과 호응도가 높았다고 한다.

민선 8기 부산시의 노인 정책은 활기찬 노인, 고령친화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다지 예산이 많지 않은 프로그램을 꼭 그렇게 하루아침에 정리해야 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아직도 남는다.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던 노인들은 당장 어디 가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얼마 전 서울연구원에서 서울시 어린이 영어마을 사업이 중단되면서 노인을 위한 사업을 시행할 것이라 부산에 벤치마킹을 하러 온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특·광역시 중 노인의 비중이 높으니 특별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 왔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하하(HAHA) 프로그램이나 부산시 생애재설계대학,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그 기관의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위해 부산시에서는 이런 사업 등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누구나 알듯이 서울시는 우리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청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청년이 지속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청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마을의 규모가 꽤 큰 곳임에도 여러 가지 여건상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서울시의 판단으로 현재 기존의 노인종합복지관과는 다른 기관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고 한다. 만약 우리시에 그런 곳이 있었으면 어찌했을까. ‘아마 청년공간을 만들거나 아파트를 건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사회적 특성들은 다양해지고, 그에 따른 욕구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노인의 다양성에 따라 부산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노인들이 체감할 정도가 될 것인가가 문제이다. 지금껏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사업들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노인의 복지 체감도도 함께 높일 것이다.

노인의 활기찬 생활이란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집밖을 나오면서부터 시작이 된다. 부디 노인들이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노인들이 그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진정 활기찬 노인의 도시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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