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끊긴 부산~제주 뱃길, 새 사업자 찾기 난항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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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모집 결과 지원업체 없어
중고 선박 품귀·고유가 등 여파
코로나19 후 여객 수요는 회복
선사들 "준비기간 더 필요하다"

2022년 7월 26일 당시 부산과 제주를 오갔던 여객선 뉴스타호가 부산 중구 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 중이다. 부산일보DB 2022년 7월 26일 당시 부산과 제주를 오갔던 여객선 뉴스타호가 부산 중구 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 중이다. 부산일보DB

부산~제주 뱃길이 단절된 지 1년이 넘도록 새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중고 선박 품귀, 고유가 등 부정적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시민들은 ‘해양수도’ 부산에서 제주행 여객선이 한 척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지난달 4일부터 31일까지 ‘부산~제주 내항 정기 여객운송사업자’ 모집에 나섰으나,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선사는 없었다. 현재 부산~제주 항로(313km)를 운항 중인 정기 여객운송사업자는 없는 상태다. 화물 수송을 위한 정기 카페리 화물선만 2척이 운항 중이다.

앞서 2만 톤급 여객선 뉴스타호가 부산과 제주를 오갔지만 2022년 12월 15일부터 사업성 악화 등의 이유로 운항을 중단했다. 부산해수청은 운항 중단에 따른 과징금을 선사에 부과하는 한편 사업 승계 방안 등을 찾았지만 여의찮았고, 결국 지난해 11월 30일 폐업신고를 수리했다.

새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뱃길 복원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업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여전히 대내외 여건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여객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저가 항공 등이 많이 생기면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 또 제주를 오가는 카페리는 여객뿐 아니라 화물 수요도 중요한데, 화물을 제주로 운반하는 국내 항구가 늘었다.

중고 선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신조선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중고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특히 제주를 오가기 적합한 10~15년 된 2만 톤급 정도 되는 배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고유가로 인한 연료비 부담도 발목을 잡는다. 한 선사 관계자는 “비싼 신조선을 인수할 만큼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업체가 많지 않다”면서 “전국적으로 여객선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해상운송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인천을 오갔던 2만 7000톤급 비욘드트러스트호도 지난해 4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여수 여객선도 최근 경영난으로 인해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만 2000톤급(정원 983명) 골드스텔라호가 해당 항로를 운항 중이다. 여수해수청 관계자는 “아직 선사 쪽에서 정식으로 운항 중단과 관련해 연락이 오진 않았다”면서 “선사에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부산해수청은 최근 여객 수요가 회복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유가 등의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성수기 때 여객 수요가 충분히 회복한 만큼, 화물창이 큰 배만 구할 경우 사업성은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이번 사업자 모집 공고 이후 꽤 많은 업체들로부터 관련 문의가 왔다. 부산해수청은 대내외 여건을 지켜본 뒤 추후 사업자 재공고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부산해수청 해사안전과 관계자는 “인력 등 큰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여러 업체가 준비시간을 좀 달라는 의견을 냈다”면서 “시민들이 오랜 기간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부산해수청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홍보하고 선사의 중고 선박 매입 등을 도와 하루빨리 사업 정상화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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