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입차 1위, 혼다코리아는 왜 몰락했나
6년새 국내 판매량 8분의 1 급감
가격 올랐지만 상품성은 떨어져
경영진 세대교체 실패도 한몫해
닛산 뒤이어 시장 철수 가능성
2000년대 후반 수입차 판매 1위까지 올랐던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판매량이 60% 가량 급감하면서 연간 1000대의 군소브랜드로 몰락했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일본 브랜드 닛산의 뒤를 잇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3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1385대로, 전년의 3140대에 비해 55.9% 감소했다. 이는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30.6%, 86.6% 급증한 토요타·렉서스와 대비되는 성적표다.
모델별로 보면 전년 대비 75.9% 증가한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CR-V’를 제외하고 ‘CR-V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어코드 1.5T’·‘어코드 하이브리드’ 등 대부분 모델이 60~70%대 판매 감소를 보였다. 지난해 신차 5종을 출시하면서 부활을 노렸지만 실적은 더욱 악화된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2008년 1만 2356대를 기록하며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라섰고, 2017년엔 9년 만에 다시 1만 대로 복귀하며 부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해 판매량은 2017년의 8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혼다코리아가 이렇게 몰락한 건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는 라인업과 상품성 부족, 가격인상, 경영진 세대교체 실패 등이 꼽힌다.
현재 판매 차종은 총 6종이고, 라인업도 가솔린, 하이브리드뿐이다. 이에 반해 렉서스와 토요타가 33종에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놓고 있다.
또한 지난해 선보인 신차의 경우 이전 모델 대비 600만~900만 원 비싸졌지만 동급 국산차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세대교체 실패도 혼다코리아의 부진에 한몫했다. 정우영 전 대표이사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장기 집권하면서 바통을 이을 임원진이 대거 회사를 이탈했고, 재무통인 이지홍 대표이사가 2대 사장을 맡으면서 경영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상품성 있는 제품을 출시해 판매 확대하겠다는 전략보다는 회사 수익을 우선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샀다.
볼보차코리아가 동급 최고수준의 안전장치에 T맵 등 뛰어난 기능까지 갖추고도 글로벌 최저수준의 가격정책으로 판매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 모습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볼보차코리아의 사례처럼 뛰어난 상품성과 가격정책이 결국 판매량을 좌우하는데 혼다코리아는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시장을 되찾으려면 이 부분부터 먼저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