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안 갈 때 인접 2~3개국 공략을 [청바지의 여행도전] ③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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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의 여행도전 ③ 여행 날짜·장소>

짧으면 2~3개월, 길면 6개월~1년 전 준비
기후변화 시대 폭염 설치는 여름은 피해야
봄가을은 꽃·단풍 구경 좋지만 현지인 몰려

학창 시절 배운 지식 많은 유럽이 최적지
관광 명소 몰려 있어 여행하기 편리·안전
이동 힘들지 않은 인접국 골라야 시간 절약

자유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여행 일정과 여행 장소다. 언제 며칠간 여행할지, 어디로 갈지를 우선 선택해야 한다. 두 가지를 결정한 뒤 항공권을 구입하고 숙박을 예약해야 한다. 여행 날짜 선정은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여기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느냐, 사람에 치이면서 다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체코 남부 체스키크룸로프를 찾은 방문객들이 시내 골목길을 돌아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체코 남부 체스키크룸로프를 찾은 방문객들이 시내 골목길을 돌아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남들이 안 갈 때

여행 날짜는 짧으면 2~3개월 전, 길면 6개월~1년 전에 미리 잡아야 한다. 지금이 2월 초이니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일러도 5~6월, 늦으면 여름 이후로 날짜를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고, 싼 항공권을 사거나 싼 호텔을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여행에는 실제 떠났을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출발하기까지 기다리는 맛도 상당하다.

여행 날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에 갈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젊을 때에는 자유여행을 가려면 어린 자녀와 함께 다녀야 하므로 일정을 방학인 8월이나 1월로 잡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학 기간은 항공권 요금이 가장 비싼 시기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몰리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전문가, 사이트 등에 따르면 항공권 가격이 가장 싼 시기는 대체적으로 1월 말~3월 초라고 한다.

항공권 가격 문제가 아니더라도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신중년은 7~8월을 피하는 게 좋다. 기후변화 때문에 7~8월에는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보다 평균적으로 체력과 건강이 약한 신중년이 굳이 여름에 젊은이들과 항공권 구매 경쟁을 벌여가면서 무더운 날씨에 힘들게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 신중년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은가!

한 중년부부가 신탁으로 유명한 그리스 델피의 아폴로 신전 일대를 돌아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중년부부가 신탁으로 유명한 그리스 델피의 아폴로 신전 일대를 돌아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사실 해외여행을 다니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국내여행과 마찬가지로 봄인 4~5월이나 가을인 9~10월이다. 여행 명소에 더해 봄에는 화창한 꽃을 구경할 수 있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봄가을에는 각종 축제도 많이 열려 좋은 경험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봄가을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방학 때보다 적어 항공권도 상대적으로 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봄가을에 많은 사람이 여행을 다니듯 유럽에서도 봄가을에 꽃이나 단풍을 구경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항공권은 싸지만 숙박비와 물가는 비쌀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자유여행을 가려는 시기에 해당 지역에 축제가 있다면 재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비용 부담이 커지므로 미리 잘 알아봐야 한다.

여행을 며칠이나 다녀올지도 잘 생각해야 한다. 대개 출국하거나 귀국할 때 2~3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 1주일을 예정한다면 실제 여행기간은 3~4일, 열흘간 여행을 다녀온다면 실제 여행기간은 7~8일 정도라는 이야기다.


■인접한 2~3개국 골라야

여행지를 고를 때에는 가장 먼저 ‘무엇을 보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인 관광을 원하는 것인지, 주제를 골라 특정한 장소만 골라 다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신중년은 여기에 덧붙여 나이와 체력을 감안해야 한다. 여행이 고행이 되는 일이 없게 하려면 절대 무리하지 않는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 젊은 나이라면 오지 탐험에도 참가해 볼 만하지만 신중년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신중년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자유여행지는 유럽이다. 무엇보다 유럽에는 볼거리가 많다. 신중년이라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세계사나 미술 수업시간에 배워 이름 정도는 들은 각종 유적이나 미술품이 수두룩하다.

많은 관광객이 터키 이스탄불의 술레이나미예 자미 모스크에 들어가고 있다. 남태우 기자 많은 관광객이 터키 이스탄불의 술레이나미예 자미 모스크에 들어가고 있다. 남태우 기자

게다가 유럽 대다수 도시에서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는 주요 건축물, 유적, 박물관은 고대나 중세에 사람들이 모여 살던 옛 주거구역인 ‘구시가지’의 좁은 구역에 몰려 있어 여행하기 편리하다.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파리의 역사가 시작됐던 시떼 섬을 중심으로 구시가지 지역에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에펠탑 등 대부분 유적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등 고대와 중세에 강성했던 유럽 도시의 사정도 대부분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걸어 다녀도 된다. 조금이라도 걷는 게 불편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를 타고 금세 이동할 수 있다. 명소를 찾아다니느라 크게 고생할 이유가 없다.

국가 간 이동도 편리하다. 유럽은 아시아와 달리 상대적으로 좁은 땅에 몰려 있는 데다 항공, 철도 노선이 잘 연결돼 아무리 먼 곳도 2~3시간이면 갈 수 있다. 나이가 많아 비행기를 타는 게 불편하다면 기차를 타고 조금씩 이동하면서 얼마든지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일정기간 열차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유레일패스를 잘 활용하면 싼 가격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풍부하다. 숙박시설 종류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 일부 위험한 지역만 빼면 치안도 대체적으로 안전하다. 신중년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매우 우호적이다.

유럽에 처음 간다면 코스를 잘 골라야 한다.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가 가장 기본적이면서 인기 있는 코스이지만 이동거리가 길어 힘들 수 있다. 신중년이 자유여행을 할 때는 가급적 국가 간 이동거리가 짧은 코스를 고르는 게 좋다.

우리 가족이 2006년 처음 유럽 자유여행을 갔을 때에는 영국 런던과 케임브리지~프랑스 파리와 베르사유 궁전~이탈리아 베니스와 로마를 코스로 잡았다. 런던에서 파리로 갈 때는 도버해협 지하를 지나는 유로스타를, 파리에서 베니스로 갈 때는 야간침대열차를 이용했다. 기자가 40대 초반이라서 젊을 때였으니 피로를 덜 느꼈지만 60대를 앞둔 지금 이 코스를 다시 선택한다면 정말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2019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갔을 때에는 이동에 따른 피로가 적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아빌라·살라망카~포르투갈 리스본·신트라가 여행 경로였는데 모두 기차로 1~2시간 이내 거리여서 돌아다니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갈 때도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불과 2시간도 안 돼 리스본에 도착했다. 2022년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간 이동시간이 2~4시간에 불과해 힘든 걸 몰랐다.

신중년이 유럽을 여행지로 잡는다면 15일 안팎의 일정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 경로는 가급적이면 인접한 2~3개국의 4~5개 도시만 도는 것으로 잡는 걸 추천한다. 너무 많은 나라, 너무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면 실제 여행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다 버리게 된다.

유럽 자유여행 초보에게는 영국 런던·케임브리지(또는 옥스퍼드)~프랑스 파리·베르사유 코스를 권한다. 영국 런던으로 입국해서 유로스타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뒤 파리에서 출국하는 경로다.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한두 번 다녀온 사람에게는 스페인~포르투갈,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 또는 독일~벨기에~네덜란드,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경로를 추천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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