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다시 원점, 새 주인 찾기 장기화 전망
채권단, 하림과 협상 최종 결렬
“재매각 관련 다양한 방안 검토”
해운업 불확실성·신중론 따라
매각까지 상당 기간 소요될 듯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 하림그룹 간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7주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 세부 계약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HMM 민영화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해운업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노조, 해양 시민단체가 ‘매각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재매각까지 적잖은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하림그룹)와 7주에 걸친 협상기간 동안 상호 신뢰 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지만,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7일 밝혔다. 하림그룹도 이날 협상 결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인수협상 무산에도 불구하고 벌크 전문 선사인 팬오션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물류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하림 측은 매각 측에 △HMM의 현금배당 제한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이 담길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 매각 불발로 HMM은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아간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 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재매각 여부를 비롯해 시기, 방법 등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해진공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관계 기관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 측은 “향후 관계 기관 간 협의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간에 HMM을 재매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매각 공고 당시 때와 다르게 해운업 업황이 크게 달라졌고, 해운 동맹(얼라이언스) 재편 등 현안도 쌓여 있다.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간 군사 분쟁 탓에 홍해 뱃길이 막히고 해상 운임이 ‘널뛰기’하는 등 해운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더불어 HMM이 속해 있던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도 하팍로이드의 탈퇴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해운 동맹 재편 속 HMM도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4월 총선 정국과도 맞물려 있고, 노조와 시민단체도 신중한 매각을 강조하고 있어 재매각 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매각 무산에 따라 HMM 내부 불확실성은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HMM 보유 현금이 인수에 동원되는 리스크를 덜어냈고, 노조도 파업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은 이번 인수 협상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식’ ‘졸속 매각’이라고 반발하며 사상 첫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정부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도 당분간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 해운·항만·물류산업 경쟁력 강화 등 주요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윤현수 해운물류국장은 “현안을 차질 없이 해결하는 것이 최고의 플랜 B”라면서 “재매각 문제는 해운 운임 상황이나 주변 여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뒤 부처, 관계 기관 간 협의를 거쳐 추진 방향이나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