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내세우는 경선 여론조사, 1500만 알뜰폰 사용자는 아예 제외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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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에서 결과까지 공정한 여론 반영 어려워
1500만 알뜰폰 이용자 제외되고 연령별 보정도 안 돼 논란
표본오차 무시하고 결과 반영…‘전화받기’ 조직력이 결과 좌우

여야 정치권이 총선 후보자의 ‘공정한 선출’을 강조하며 ‘여론조사 경선’에 나섰다. 사진은 총선을 43일 앞둔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에 걸린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제공. 여야 정치권이 총선 후보자의 ‘공정한 선출’을 강조하며 ‘여론조사 경선’에 나섰다. 사진은 총선을 43일 앞둔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에 걸린 투표 참여 홍보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제공.

여야 정치권이 총선 후보자의 ‘공정한 선출’을 강조하며 ‘여론조사 경선’에 나섰다. 당원과 일반유권자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정하게 후보를 선출한다는 게 여야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선 여론조사는 ‘세대별 보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한계가 분명하다. 여론을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해 ‘여론조사’ 형식을 빌린 ‘조직선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 경선, 어떻게 하나

여야의 ‘여론조사 경선’은 당원과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이뤄진다. 당원 여론조사의 경우 해당 지역구에서 투표권을 가진 당원(국민의힘 책임당원,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전체에게 ‘자동응답(ARS)’ 방식의 전화 조사가 간다. 전화에 응답하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어서 ‘여론조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ARS 당원투표’인 셈이다.

일반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방식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2개 여론조사 기관이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으로 해당 지역구에서 500명씩 총 1000명의 응답자를 확보할 때까지 진행된다. 민주당은 선거구별로 5만 명의 조사대상을 선정해 ARS에 응답하는 사례는 모두 반영한다. 현재 민주당의 일반 여론조사 응답률은 3~5%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전략지역’에서 여론조사 경선이 이뤄질 경우 당원 투표 없이 100% 국민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한다.


■여론조사에서 누가 배제되나

여야의 여론조사 경선에서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의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알뜰폰 이용자가 제외된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는 이동통신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아 가상번호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뜰폰 이용자 배제는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의 반영 비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알뜰폰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가 “아주 살짝 많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한국갤럽은 이렇게 분석하면서 “알뜰폰 이용자가 증가 추세여서 작은 차이가 앞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1월 1000만 명을 조금 넘겼던 알뜰폰 사용자는 지난해 연말 1500만 명을 넘겨 이미 작은 차이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 여론조사는 ‘세대별 보정’도 이뤄지지 않는다. 일반적인 여론조사는 인구구조에 따른 연령별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 조사대상을 연령별로 할당한다. 실제 조사에서 특정 연령대 응답자가 채워지지 않을 경우 ‘보정’을 통해 결과를 조정한다.

그러나 경선 여론조사에선 이런 절차가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역선택 방지조항이 들어가면서 세대별 보정은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5만 명의 조사 대상 가운데 조사에 응한 모든 사람의 응답을 반영한다. 실제 인구 구조와 전혀 상관없이 경선 여론조사에 대한 응답 성향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좌우되는 셈이다. 여야가 이처럼 세대별 보정을 하지 않으면서 결국 ‘젊은 표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차범위 무시하는 결과 반영

여론조사 경선에서는 ‘표본오차’를 무시하는 정량적 결과 반영도 문제가 된다. 당원 투표가 아닌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의 경우 대체적으로 6~7% 정도의 오차범위가 적용된다. 여론조사 원칙상 ‘오차범위 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 오차범위 내 차이는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론조사 경선에서 이를 무시하고 결과 수치를 그대로 반영한다.

여론조사 경선이 이처럼 ‘공정한 원칙’에서 벗어나면서 결국 ‘조직선거’의 연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줄 ‘조직’을 얼마나 가동하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전화를 많이 받아주기로 약속한 사람이 많은 쪽이 이긴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정치 신인이 여론조사 경선에서 많은 응답자를 확보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엄밀하게 실시해도 한계 분명

여론조사의 경우 엄밀하게 실시하더라도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 응답자 속성에 ‘편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에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투표를 했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의 40%만이 선거 여론조사 전화에 직접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여론조사 응답자는 남성, 60대 이상이 많았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으로 목표한 할당에 맞는 응답자를 채워나가다 보면 ‘조사기관 편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응답자와 실제 유권자의 불일치를 낳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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