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자 수천 명 개인정보 홍보 업체에 넘긴 재개발 조합장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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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취득한 2485명 전화번호
홍보 업체에게 넘겨 징역형의 집유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부산의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장이 조합원 수천 명의 개인정보를 입주박람회 홍보 업체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장병준 판사는 2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래구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입주박람회 업체 대표 B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B 씨에게 입주박람회 홍보를 위해 입주 예정자 연락처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 씨는 재개발 시공사로부터 국공립어린이집 설치에 대한 찬반 의견 청취를 위해 업무상 취득한 일반분양 입주예정자 전화번호를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2021년 6월 22일 재개발조합 사무실에 입주예정자 2485명의 전화번호가 기록된 엑셀 파일이 저장된 USB를 사무실 책상 위에 둔 뒤 B 씨가 가져가게 했다.

장 판사는 “개인 정보를 처리한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서는 안 되고, 누구든지 영리나 부정한 목적으로 제공받아서도 안 된다. 사건의 범행 경위와 개인정보 규모를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정상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아파트는 동래구 3800여 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2021년 12월 준공했다. 해당 입주민들은 A 씨가 조합 해산 후 청산인을 도맡아 청산법인이 남은 행정업무를 여전히 맡고 있다고 반발한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끝나면 1년 이내에 조합장이 조합 해산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 나머지 행정 업무를 종결하도록 한다.

한 입주민은 “보통 재개발 조합장은 공동주택법 등에서 벌금형 이상이 나오면 조합장 지위를 잃지만, 이번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서 해당 하지도 않는다”며 “조합장 지위를 이용해 개인 이득을 취한 범죄로 매우 죄질이 좋지 않은데, 대부분 입주민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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