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지각·졸속 선거구 확정, 다시는 없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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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임박해 결정… 유권자 혼란 가중
되풀이 하지 않도록 방지책 세울 필요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이 마침내 확정됐다. 여야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산의 국회의원 의석을 18석으로 유지하고 북강서갑·을을 3개 선거구로 분할하는 선거구 획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선거구 조정에 따라 부산은 북강서갑·을이 북갑·을과 강서 선거구로 분구됐다. 남갑·을은 한 개 선거구로 통합됐고 사하갑·을은 경계가 조정됐다. 북강서갑·을에서 새 선거구가 만들어지면서 여야 모두 ‘득실 계산’이 분주해졌다. 이번 선거구 조정은 부산 7개 선거구에 영향을 주는 대형 변수로 부산 총선 판세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선거구 조정으로 유권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를 우롱해도 이런 우롱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번 총선에 적용할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지난해 12월 5일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이를 놓고 의석수 유불리를 따지다 허송세월만 하였다. 그동안 협상에 진척이 없었던 것은 여야가 자신들의 텃밭 저울질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러다 막판 시간에 쫓기면서 겨우 처리한 것이다.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제때 한 적은 거의 없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기본 책무임에도 늘 선거에 임박해서 선거구를 확정했다. 17대 총선은 선거 37일 전, 18대는 47일 전, 19대는 44일 전, 20대는 42일 전, 21대는 39일 전에야 겨우 처리했다. 매번 총선 때마다 반복하는 구태를 국회가 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선거가 임박해 선거구를 졸속으로 확정 짓는 것은 유권자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반복되는 지각 선거구 확정의 피해자는 유권자와 신인 입후보자들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이, 정치 신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유권자들은 깜깜이가 돼 후보자에 대한 알 권리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총선이 임박해서야 선거구 확정을 합의하는 것은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처사다. 회기를 더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구태정치가 심화하는 것을 보면 정치 선진화는 아직도 요원한 구호로만 들린다. 여야가 기득권을 지킬 이해득실만 따지고 유권자는 안중에 없으니, 정치가 조금도 나아질 수 없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해서야 선거구를 확정하는 모습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선거구를 일정 시한까지 획정하지 못하면 선관위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을 그대로 확정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참에 국회로부터 선거구 획정 권한을 빼앗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요컨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만들어 상설화하는 것이다. 상설기구가 되면 선거구획정위가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충분한 자료 검토와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유권자를 더 이상 정쟁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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