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어부산 ‘슬롯’도 내줄 판… 분리매각에 총력전 펴야
지역 거점 항공사 역할 상실 우려돼
가덕신공항 위상에도 악영향 불가피
에어부산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임박했는데, 에어부산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분리매각하는 문제는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 매각 결정권을 가진 산업은행은 물론 이를 주도할 정부 당국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그 여파로 에어부산은 지난해 역대급 흑자를 기록하고도 고사 위기를 맞았다. 신규 노선 배정은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시설 투자는 꿈도 못 꿀 형편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인력 이탈도 줄을 잇는다. 이러다 부산을 토대로 성장한 항공사 하나가 그대로 공중분해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어부산은 기존의 ‘슬롯’조차 뺏길 판이다. 슬롯은 특정 시간대 특정 공항에 운항을 허가받는 권리로, 수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항공사마다 슬롯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해외 경쟁국들도 슬롯 반납을 승인의 주요 조건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자사의 슬롯 대신 에어부산의 슬롯을 반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에어부산은 일본 노선을 포함한 슬롯 상당수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 수가 무려 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분리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야말로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에어부산의 운명인 것이다.
에어부산의 위기가 심화하면서 2029년 개항할 가덕신공항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덕신공항이 관문공항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지역에 기반을 둔 거점 항공사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지금 상태라면 에어부산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 시민과 지역 상공계가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할 것을 요구해 온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지금껏 요지부동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통합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경우 에어부산의 지역성은 박탈되고 가덕신공항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요컨대 지역 항공사를 살리고 가덕신공항을 발전시킬 대안은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이 유일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위중한 사안임에도 지역 정치권은 어찌 된 셈인지 방관자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당장 나서서 정부와 산업은행을 설득하고 당 차원의 해결책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부산시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부산시는 최근 분리매각 외에 다른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주주의 일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부산이 키운 부산의 항공사를 지키는 데 너와 내가 따로일 수는 없다.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