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임박! 놓치기 아까운 전시들 “이건 꼭 봐야 돼”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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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막 내리는 부산 전시 2제
맥화랑, 강혜은 ‘흩뿌려진…’
아리랑 갤러리, 박정우 ‘여정’

홈쇼핑 채널에서 ‘마감 임박’이라는 단어는 참 강력하다. 한참을 망설였는데 순간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놓치면 아쉬울 것 같다는 마음이지 않을까. 주말인 9일 막내리는 부산의 2개 전시 역시 그렇다. 며칠 남지 않은 전시들이지만, 놓치면 아쉬울 듯하여 늦게라도 입소문을 내고 싶은 작품들이다.

먼저 부산 해운대구 맥화랑에서 열리는 강혜은 작가의 ‘흩뿌려진 풍경 속 색선(色線)의 향연’ 전이다.


강혜은 ‘line-piece 2403’. 맥화랑 제공 강혜은 ‘line-piece 2403’. 맥화랑 제공

강혜은 ‘line-piece 2322’. 맥화랑 제공 강혜은 ‘line-piece 2322’. 맥화랑 제공

강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이들은 대부분 재료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언뜻 보면 실 같은데 자세히 보면 실이라고 하기에 굵고 단단해 보인다. 실처럼 가늘고 긴 색 선들이 층층이 쌓이고 겹쳐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강 작가 특유의 기법으로 탄생했다.

작가는 1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물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법을 완성하였다.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가듯, 유화 물감을 짜서 원하는 굵기의 색 선을 뽑아낸다. 실처럼 보이는 유화 물감의 선들이 겹겹이 겹치 층을 만들고 그 사이에 작은 공간을 형성한다. 평면의 캔버스이지만 색 선들이 쌓여 공간을 만들고 입체감이 생기며 회화 이상의 색다른 풍경화가 탄생한다.


강헤은 작가는 물감을 짜서 자신이 원하는 색선을 만들고 층층히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물감 기법을 확대한 사진. 맥화랑 제공 강헤은 작가는 물감을 짜서 자신이 원하는 색선을 만들고 층층히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물감 기법을 확대한 사진. 맥화랑 제공

자연을 표현한 풍경화가 많지만, 강 작가는 특유의 기법 덕분에 자신만의 풍경화를 선보일 수 있었다. 강 작가의 기법은 오래 전 서면에서 의상실을 했던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린 시절 늘 어머니의 의상실에서 실을 갖고 놀았고 그 기억이 자연스럽게 발전한 셈이다. 예순이 넘었지만 작가에게 실의 이미지는 여전히 어머니의 푸근함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작가는 캔버스를 세우지 않고 바닥에 눕힌 채 허리를 숙여 물감을 짜서 흩뿌리듯 작업한다. 허리를 펴지 못하는 이 작업은 고행에 가깝다. 옛 여인들이 직접 실을 뽑고 베틀에서 옷감을 짜듯, 강 작가는 허리를 굽혀 끊임없이 고단하고 지루하게 선을 쌓아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박정우 ‘무늬두꺼비’. 아리랑 갤러리 제공 박정우 ‘무늬두꺼비’. 아리랑 갤러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아리랑 갤러리에선 박정우 작가의 ‘여정’ 전이 열리고 있다. 감성 도예로 불리는 박 작가의 작품은 생활 자기와 도자 조각들이다. 화려한 색상의 두꺼비, 귀여운 돼지, 아이와 바구니 등 익숙한 물건들이 도자 조각으로 만들어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박정우 ‘흑돼지’. 아리랑 갤러리 제공 박정우 ‘흑돼지’. 아리랑 갤러리 제공

박정우 ‘타원바구니’. 아리랑 갤러리 제공 박정우 ‘타원바구니’. 아리랑 갤러리 제공

작가는 시골 외가에서 만났던 모습들을 도자 조각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작품마다 어린 시절 사연들이 담겨 있다. 비가 내린 날은 밖에서 놀지 못해 우울한데 마당에 나타난 두꺼비를 보면 왠지 좋을 일이 생길 것 같았단다. 그 경험이 귀여운 두꺼비 조각으로 표현되었다. 작품을 보는 이는 익숙한 조각에서 자기의 경험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법하다.

갤러리 통창의 바다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펼쳐진 도자 조각들은 푸근한 미소를 선물한다. 기분이 유쾌해지는 전시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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