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난 자리에 ‘가상 사파리’ 건립 추진… 과연 대체 가능할까
시, 작년 어린이대공원 용역 착수
계획 확정 땐 연내 조성 착수할 듯
완공까지 수년간 공백은 불가피
부산 어린이대공원에 추진하는 ‘실감형 사파리’ 예시.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동물원이 문을 닫은 어린이대공원 일대에 ‘가상 사파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활용한 사파리 조성 여부를 확정한다 해도 다시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가상 사파리가 기존 동물원을 대체하기 어려운 데다 보완하는 역할을 해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어린이대공원 활성화와 실감형 사파리 조성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부산진구 새싹로 295 어린이대공원 일대 359만 7055㎡에 ‘가상 동물원’ 건립을 포함한 다양한 개발 계획을 세우는 내용이다.
가상 동물원은 미디어 아트와 VR·증강현실(AR)·확장현실(XR) 기술 등을 활용한 실감형 사파리로 고려될 전망이다. 맹수나 공룡 등 다양한 동물을 눈앞에 있는 듯 구현할 수 있고, 좁은 우리에 동물을 가두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반영했다.
다만 실감형 사파리는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부산시가 지난해 8월 시비 3억 원을 들여 착수한 용역은 올해 8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 이후에도 규모와 위치 등을 확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부산시 공원여가정책과 관계자는 “노후화된 어린이대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상 사파리 등을 추진하는 용역을 맡긴 것”이라며 “지금은 실무 회의를 거쳐 구상하는 단계라 세부적인 계획이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가상 사파리가 문을 닫은 인근 동물원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삼정더파크는 문을 닫은 상태에서 가상 동물원을 만드는 건 아이러니라는 목소리도 크다. 가상 사파리에 활용할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가상 동물을 추가하는 비용도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강서구 초등교사 A 씨는 “가상 사파리를 만들어도 바로 옆 동물원과 함께 운영해야 교육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삼정더파크 동물원을 재개장하고, 동물권을 존중하는 ‘생태 환경 교육시설’로 보완하는 게 현실적으로 아이들에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