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뒷돈 받고 문제 건넨 교사들 적발
감사원 감사 결과 교원 56명 수사 의뢰
2023학년도 수능 영어 관련자도 포함
수억 원 오간 문항 뒷거래 실체도 확인
사교육 업계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현직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제 뒷거래’가 감사원의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현직 교원들이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건네고, 대가로 사교육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 ‘사교육 카르텔’이 수면에 떠올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 불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9~12월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난 현직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혐의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의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제 논란 관련자들도 포함됐다. 당시 다수 수험생들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의 지문이 한 대형 입시학원 유명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그대로 출제됐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이의 신청을 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교 교사 B 씨는 2022년 3월 ‘Too Much Information(TMI)’이라는 지문을 2022년 3월 EBS 수능 연계 교재에 수록했다. 대학교수 A 씨는 5개여 월 뒤 해당 EBS 교재 감수에 참여하며 TMI 지문을 알았고, 2023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EBS의 보안서약서를 위반하고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실제 수능 문제로 출제했다. 유명 강사 C 씨는 교사 B 씨와 평소 친분이 있는 교사 D 씨로부터 TMI 지문을 넘겨받아 자신의 모의고사로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의 부당한 처리도 확인됐다. 평가원은 수능 문항 확정 전 C 씨의 모의고사 문항을 구매하던 절차를 합리적 이유 없이 거치지 않았고, 결국 실제 수능과 C 씨의 모의고사 문항 지문이 동일한 상황이 됐다. 평가원 직원 4명은 수능 이후 23번 문항과 관련해 총 215건의 이의 신청이 접수됐음에도, 해당 안건을 아예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원과 사교육 업체 직원 간 수능·내신 문항 뒷거래도 실체가 확인됐다. 현직 고교 교사 E 씨는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차례 참여하며 동료 위원 8명을 포섭해 특정 사교육 업체에 2019~2023년 2000여 개 문항을 공급하고 6억 6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 교사 F 씨는 EBS 수능 연계 영어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하며 한 유명 학원강사에게 자신이 만든 문항을 빼돌린 사실이 발각됐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