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감독 “이방인의 아픔 그리고 싶었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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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시나리오 작가→감독
주연 송중기, 한차례 출연 고사
헝가리 촬영… 공기·색감 고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을 만든 김희진 감독.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을 만든 김희진 감독.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김희진 감독의 첫 작품이다. 처음에 시나리오 작가로 이 작품에 합류한 김 감독은 제작사 대표의 연출 제안에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소설 원작인 이 작품에 캐릭터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멜로 요소를 더해 세상에 선보였다. 김 감독은 “오래 전 시작한 작품이라 이번에 공개하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로기완이란 이름의 탈북자가 낯선 땅 벨기에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단편 ‘수학여행’으로 국내 여러 독립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주연인 송중기는 7년 전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땐 출연을 고사했었다. 당시 한차례 중단됐던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른 뒤 빛을 보게 됐다. 김 감독은 “스케줄 문제나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당시 시나리오 안에 나와 있던 ‘기완’의 선택을 (송중기 배우가) 납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시나리오가 예전과 달라지기도 했고, 배우 개인적인 변화도 있어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7년 동안 다른 작품도 준비했는데 지연도 되고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영화 관계자가 ‘로기완’ 시나리오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줬죠. 송중기 배우까지 출연하기로 큰 결심을 해줘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영화 ‘로기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로기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로기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로기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김 감독은 이 작품에 이방인이 느끼는 고충과 아픔을 잘 녹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탈북민을 취재했다. 프랑스 칼레 지역의 난민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와 서적도 참고했단다. 감독은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어렵게 인정받아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탈북민을 만나봤다”며 “만나기까지의 과정도 어려웠는데, 만난 뒤에도 내게 모든 걸 말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느꼈던 어떤 감정들은 ‘로기완’에 녹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헝가리에서 촬영을 진행한 이유도 설명했다. “로기완이란 이방인이 유럽의 공간과 유리되어 보였으면 했어요. 유럽의 공기, 보도블록의 질감, 가로등의 색감을 담아내고 싶었죠. 촬영 시간대도 세심하게 골랐어요. 헝가리는 벨기에와 비슷하고, 영화 촬영이 많은 국가라 촬영하는 데 이점이 많았어요.”

김 감독은 로기완의 복합적인 감정이 송중기 덕분에 잘 구현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감독은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웃었다. 스크린 속 로기완은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며 물에 빠지기도 한다. 김 감독은 “물에 빠지는 장면에 대역이 있었는데 송중기 배우가 직접 한다고 했다”며 “또 시나리오엔 ‘허겁지겁 먹는다’로 쓰여 있는걸, 떨어진 빵도 주워 먹고 잼을 손가락으로 핥는 식의 연기로 펼쳐내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중기의 눈빛에 마음이 아팠을 때도 있다”며 “작품에 진지하게 접근해준 덕분에 창작자로서 힘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시청자 반응에 호불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개인적으론 아쉬운 부분이죠. 다만 로기완 본연의 모습을 좀 더 봐주시면 좋겠어요. 언젠가 일상에 데려와서 거울처럼 볼 수 있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차기작으로는 캐릭터를 깊게 다룰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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