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중심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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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1941~2022)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시집 〈중심의 괴로움〉(1994) 중에서

하나의 세계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세계 그만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도 생명 그만한 힘이 뒤따른다. 봄에 ‘꽃피어 퍼지려’는 ‘꽃대’의 몸짓엔 ‘

치열한 중심의 힘

’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죽음이었던 겨울을 밀어내고 생명인 봄을 맞이하기 위해 꽃은 사활을 건 싸움을 제 중심에서부터 벌일 수밖에 없다. 그 싸움은 ‘괴롭’게 ‘흔들리’는 모습으로 나타나 고통스럽지만, 눈물 나게 장엄한 장면이다.

탄생은 치열함이다. 온 힘을 다해야 쟁취할 수 있기에 삿된 것들은 ‘비워’야 한다. 비우는 것이 생명을 꽃피우는 장엄함으로 승화될 때, ‘피우리라’의 의지는 지상의 모든 존재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몸을 갖게 한다. 존재는 늘 흔들리고 흔들려 괴롭지만, 이를 통해 ‘중심의 힘’을 얻어 천분을 이루게 된다.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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