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수 하반신 마비' 만취 운전자, 820만원 공탁…판사 "조롱하나" 질타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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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해 25살의 나이로 은퇴한 유연수 선수가 지난해 11월 11일 은퇴식에서 은퇴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해 25살의 나이로 은퇴한 유연수 선수가 지난해 11월 11일 은퇴식에서 은퇴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유연수의 선수생명을 앗아간 30대 음주운전자가 820만원을 공탁한 것을 두고 판사가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1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심 결심 공판에서 A 씨가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A 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 A 씨는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하면서 이날 항소심이 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공탁한 것에 대해 "하반신이 마비된 25살 청년에게 820만원을 공탁했다니, 피해자를 약올리나. 조롱하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판사도 사람인지라 1심 판결문을 읽고 화가 났다"며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다고 해도, 피해자는 장래를 잃었다"고 질타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 40분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거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취소 수치(0.08% 이상)의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몰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탑승자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피해 차량에는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인 김동준·유연수·임준섭과 트레이너 등이 타고 있었다. 탑승자 대부분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이 중 유연수가 크게 다쳤고, 유연수는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하반신 마비, 신경·근육 기능 장애, 만성 통증 등 치명적 상해를 입었다. 유연수는 이후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으나 결국 지난해 11월 현역 은퇴를 결정해 25세의 젊은 나이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음주 운전 자료사진. 부산일보DB 음주 운전 자료사진. 부산일보DB

이와 관련해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높았으며, 피해자 중 유 씨에게 중상해를 입혀 프로축구 선수 은퇴를 하게 만드는 등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사고 피해자 1명만 합의했으며, 나머지 피해자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형사공탁금도 수령을 거부했다. 또한 피고인은 음주운전 처벌 전력도 있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차량 종합보험에 가입돼 치료비 등이 지원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유연수는 지난 1월 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선수들과 바람 쐬고 들어가고 있었다. 누가 저를 깨워서 일어났는데 가슴 밑으로 움직임이 없었다. 꿈인 줄 알았다"며 "흉추가 부러졌는데 고통도 못 느끼고 구급차에 옮겨졌다. 그 순간 등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가해자는) 지금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재판에서는 저희한테 사과를 하려 했다고 하는데, 사실 어떻게든 사과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근데 정작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와서 무릎 꿇고 사과를 했으면 저는 그래도 받아줄 의향이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 심정을 밝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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