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물가로 최대 실적 식품업계, 서민 고통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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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공급가 하락 불구 국내 가격 올려
전방위 ‘물가와의 전쟁’ 인하 방안 내놔야

온 국민이 극심한 고물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내 식품업계가 작년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부산 시내의 한 대형마트 판매대 모습. 부산일보DB 온 국민이 극심한 고물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내 식품업계가 작년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부산 시내의 한 대형마트 판매대 모습. 부산일보DB

온 국민이 극심한 고물가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내 식품업계가 작년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세계 곡물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가공식품 가격지수는 되레 10% 넘게 올라 지나친 이윤 추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고물가 현상을 체감하는 분야가 먹거리이고 보면, 곡물 유지류 등 원재료를 활용한 가공식품의 가격 급등은 곧바로 가계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농수산물과 함께 가공식품의 가격 진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러-우크라 전쟁 발발 직후인 2년 전 3월보다 33.1% 떨어졌고, 유지류 가격지수는 무려 절반이나 하락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국내 가공식품 가격은 밀가루, 빵, 식용유 등을 중심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5배 가까이 더 올랐다. 해외의 원재료 공급 여건 호전과 지속된 국내 가격 상승은 식품업계의 최대 실적으로 돌아왔다.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곳 중 23개 사의 작년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이 중 최대 500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린 곳도 있다. 소비자로 인한 이익인 만큼 이쯤 되면 국민들의 고통 분담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국민의 불만은 식품업계가 이처럼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서민의 물가 고통 해소엔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은 가격 상승과 하락의 속도 차이다. 식품 가격을 올릴 때는 신속하지만 내릴 때는 미적대며 버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잘 알지 못하도록 가격 인상분을 여러 번 잘게 나눠 올리는 얌체 수법도 서민들의 짜증을 부채질했다. 이는 모두 서민들을 두 번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행위로 오히려 식품업계에 대한 반감만 키울 뿐이다. 업계에 가격 인하·동결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 배경도 여기에 기인한다. 업계는 이러한 국내 분위기를 허투루 여겨선 안 된다.

정부의 압박이 아니더라도 식품업계는 조그만 여력이라도 있는 한 고물가에 신음하는 국민을 배려하는 게 도리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의 앞날도 기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전기료 등 다른 비용 부담 때문에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벌써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 급여까지 상당 폭 올린 마당에 이는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설령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비자를 위해 가격 인하 방도를 최대한 찾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이미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내달부터 밀가루 제품의 가격 인하를 19일 발표했다. 지금은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어떤 기업이든 백지장을 맞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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