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관종 전성시대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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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멜라이트 펴냄)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인 미국 칼럼니스트 아키코 부시는 인간 전체가 ‘관종’(關種)이 돼가는 세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관종이란 ‘관심종자’를 줄인 말이다. 남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부러 특이하게 행동하는 걸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일컫는다. 부시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삶을 꾸며내거나 타인의 시선에 맞춰 연기하는 나로 산다면 결국 자아가 위축되고 존엄성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보다 앞서 국내에서도 〈90년생이 온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임홍택 씨가 관종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색한 바 있다. 2020년 말 내놓은 저서 〈관종의 조건〉을 통해서다. 임 씨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허영심이 강하고 과시적인 언행으로 다른 이들에게 불편감을 주는 관종의 부정적 의미를 넘어 호의적 관심과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면서 성공적인 관종의 삶을 사는 방법을 제시했다. 소통과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주목해 SNS 시장의 중심에 관종이 있다고 본 게다. 그는 SNS 시대와 경쟁이 치열한 세태 속에서 생존하려면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야 하며,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유튜브 등 SNS에는 앞다퉈 사생활을 보여주며 자신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는 글과 사진, 동영상이 넘쳐난다. 가식적이든 아니든 남의 눈에 띄는 그 자체가 능력이 되고, SNS는 끝없이 자기를 노출하고 과시해 ‘인싸’(인기인)로 떠오른 자에게 더 많은 성공 기회를 제공한다. 관심을 끌려는 관종 마케팅의 대가로 명성을 얻어 돈을 버는 유튜버가 인기 직업이 됐다. 이를 두고 ‘관종경제’란 용어까지 생겼으니 관종 전성시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관심도를 높일 목적으로 가짜뉴스 제작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으니 부시가 책에서 요구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부터 이목이 쏠릴 만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오는 7월 7일까지 ‘능수능란한 관종’전을 마련했다. 이는 미술에 나타나는 여러 층위의 관종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관심의 역사에 대해 탐구하는 기획전이다. 국내외 23팀 32명 작가의 작품 136점을 통해 관심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고찰할 수 있는 기회다. 부시의 분석처럼 관종은 이제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다. 이번 전시가 ‘보여주기식 삶’의 해독제가 돼 나답게 사는 길로 이끌길 기대한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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