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항운노조, 채용·인사 전면 쇄신 약속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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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취업·승진 비리 무더기 적발
추천권 포기, 실천으로 보여 줘야

부산항운노조가 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인사 추천권'을 46년 만에 내려놓는다. 부산항 북항의 한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부산항운노조 제공 부산항운노조가 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인사 추천권'을 46년 만에 내려놓는다. 부산항 북항의 한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 부산항운노조 제공

고질적인 채용·승진 비리로 지탄을 받아 온 부산항운노조가 22일 5개 관련 기관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채용·인사 추천권’을 내려놓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노조가 제도 개선을 넘어 추천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북항 자성대부두가 개장한 1978년 이후 46년 만의 일이다. 정규직 채용이나 지부의 반장 승진 때 지부장의 추천 절차를 생략하고, 비정규직 채용 심사에서도 노조가 빠진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노조 비리가 또 다시 무더기로 적발되자 고강도의 혁신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비리의 고리를 끊고 전면 쇄신의 길로 나아가려면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시스템 개선 계획을 이행해 쇄신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채용·승진 비리는 오랜 세월 부산 항만에 횡행한 고질병으로 항구도시 부산의 수치였음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다단계 먹이사슬처럼 조직적인 채용 비리가 드러난 2005년 노·사·정이 참여하는 ‘부산항 항만인력 수급관리 협의회’로 인력 채용이 넘어간 바 있고, 2015년에는 논란이 됐던 노무자 독점 채용 권한을 노조가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취업과 승진을 대가로 한 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9년에도 노조 가입과 승진, 정년 연장, 신항 전환 배치, 일용직 공급 등 인사와 관련된 구조적 비리가 은밀하고도 광범위하게 자행됐는데, 그때는 ‘가공 조합원’까지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비리가 여전히 활개치는 것은 이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탓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최근에 무더기로 적발된 채용·승진 비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7개 지부에서 수십억 원의 돈이 오간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간부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체크카드 형태로 상납받은 것은 대규모 수사가 벌어진 2019년 이후 발생한 또 다른 신종 비리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 없는 직원에게는 대출 알선까지 거들었다고 하니 혀를 찰 일이다. ‘비리 복마전’의 오명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2019년 도입된 공개 채용 제도는 무늬만 공채였지 노조의 채용 권한은 사실상 유지됐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정식 노조원 채용에는 각 지부장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다. 조장이나 반장 등으로 승진할 때도 지부장이 추천하고 집행부가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규모 비리가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자정과 쇄신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곳곳에 뿌리내린 비리는 완강하게 버텼다. 이제 항운노조가 추천권을 완전히 내려놓은 만큼 채용·인사 비리와는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말과 의지의 차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조처가 비리 근절을 위한 특단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나아가길 바란다. 부산이 세계적인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기필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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