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설 거짓 진술 급했나… 테러범 고문 영상 공개한 러시아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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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충격기·망치 등으로 잔혹 행위
러시아 친정부 SNS 통해 사진 유포
반정부 단체 “우크라에 누명 씌울 참”
테러 희생자 4명 늘어 총 137명 달해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공연장 테러의 용의자 2명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한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이들의 얼굴과 몸에 당국의 고문 흔적이 역력하다. AFP연합뉴스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공연장 테러의 용의자 2명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한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이들의 얼굴과 몸에 당국의 고문 흔적이 역력하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당국이 체포된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 테러 피의자를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과 SNS 채널에는 러시아군이 전날 체포된 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남성 네 명을 구타하고 전기 충격기와 망치 등을 이용해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피의자 중 샴시딘 파리두니(25)는 바지가 벗겨지고 성기에 전기충격기가 연결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 피의자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는 귀가 잘리는 고문을 당했다. 망치로 구타를 당해 얼굴에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날 러시아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얼굴에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가득한 채로 나타났다.

영상에서 귀가 잘렸던 라차발리조다는 한쪽 귀가 있던 자리에 큰 붕대를 붙였으며, 이들과 함께 출석한 피의자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32) 역시 얼굴에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파이조프는 휠체어를 탄 채로 출석해 심문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이들의 고문 영상과 사진은 러시아 군사 당국과 밀접한 SNS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당국이 일부러 테러범의 고문 장면을 공개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잔혹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뒷받침할 거짓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을 고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푸틴 정권의 고문 행위를 비판해 온 러시아의 인권 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은 푸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분명하다”며 “만약 이들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전부 있다면 왜 당국이 이들을 굳이 고문하겠는가. 이는 푸틴 대통령과 당국에 유리한 버전의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명한 러시아의 야권 언론인 드미트리 콜레제프도 데일리메일에 “러시아 당국은 고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일부러 유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문이 벌어진 뒤에 이 피의자들한테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사람들을 죽였다는 (거짓) 시인이 나올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의자들은 모두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가 유죄로 판결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AP·AFP 통신은 전했다.

피의자 네 명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중 미르조예프, 라차발리조다, 파리두니는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법원은 이들에 대해 오는 5월 22일까지 2개월간 공판 전 구금을 명령했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가 13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 조사위원회는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장 괴한 일당의 무차별 테러의 사망자가 24일 오후 기준 137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조사위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3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만에 사망자 수가 4명 더 늘어난 셈이다. 현재까지 이번 테러로 희생된 전체 사상자 수는 2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조사위는 테러범들이 총격을 벌인 공연장에서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가 현장에서 쏟아졌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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