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친인척 회사 봐주기 의혹…고성군 어설픈 입장문 되레 불쏘시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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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세에 뒤늦은 반쪽 입장문
“봐주기 논란은 근거 없는 주장”
특정 업체 고발 제외 이유는 빠져

28일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성군의회 의원들(왼쪽)이 고성군의 군수 친인척 회사 봐주기 논란에 대한 이상근 군수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오른쪽은 이상근 고성군수. 부산일보DB 28일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성군의회 의원들(왼쪽)이 고성군의 군수 친인척 회사 봐주기 논란에 대한 이상근 군수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오른쪽은 이상근 고성군수. 부산일보DB

속보=경남 고성군의 군수 친인척 회사 봐주기 논란(부산일보 3월 25일 자 11면 보도 등)이 점입가경이다. 잇따른 의혹 제기와 야당 공세에 뒤늦게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정작 핵심은 비켜 간 탓에 되레 논쟁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순, 김희태, 이정숙 고성군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성군이 무허가로 설비를 시공한 산업가스업체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 이상근 군수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언론보도로 드러난 고성군의 행정 처리 과정과 부당한 조치는 담당 공무원이 자의로 처리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교롭게도 형사고발에서 제외한 업체가 이상근 군수가 대표로 재직했다는 의혹을 받는 만큼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성군 행정의 최종 책임은 군수에게 있다. 군수가 직접 해명하지 않고 만약 그 책임을 담당 공무원에게 돌린다면 군민의 더 큰 분노와 원성을 사게 될 것”이라며 “군민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군수를 원한다. 이는 군민을 위해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들의 자긍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면죄부 의혹을 받는 업체가 이상근 군수가 2002년부터 2022년 6·1지방선거 당선 전까지 직접 경영한 업체가 맞는지 △담당부서 현장 조사 시, 신고한 불법 시설이 이미 철거된 상태라고 하는데 언제 보고를 받았는지 △신고를 접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담당 공무원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경남도당도 전날 성명서를 내고 이상근 고성군수와 정점식 통영·고성 국민의힘 후보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처럼 야당 공세가 거세지자 모르쇠로 일관하던 고성군은 뒤늦게 입장문을 발표했다. 군은 민주당 군의원 기자회견 직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봐주기 논란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군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있어 관련 업체를 신속하게 고발했고 수사 결과 불송치(혐의없음)로 수사 종결됐다”면서 “민원인이 종결된 사건에 대해 고발한 사안은 수사 중에 있고 군은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스공급업체에 대한 봐주기는 없었으며 수사를 통해 반드시 그 전모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진위와 전모가 명백하게 규명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관련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산업가스가 A중공업에 설치한 무허가 고압가스 설비. 부산일보DB B산업가스가 A중공업에 설치한 무허가 고압가스 설비. 부산일보DB

하지만 정작 의혹의 핵심인 특정업체 형사고발 배제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 단속에 앞서 무허가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지 않았다.

최초 민원을 제기했던 신고자는 “핵심을 외면한 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특정업체를 봐준 것처럼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신고자는 2022년 12월, 고성읍 외각에 사업장을 둔 A중공업이 허가받지 않은 고압가스저장탱크 1기(10t)와 LPG저장탱크 1기(2.9t)를 2019년부터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고성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신고자는 당시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을 근거로 A중공업과 설비를 시공하고 가스를 공급한 B산업가스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불법 시설물을 설치해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을 경우, 해당 업체뿐만 아니라 불법 시설에 가스를 판매한 공급업체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성군은 신고자에게 “현장 단속 결과 위반 사실이 없다”고 통보했다. 단속반이 현장을 찾았을 땐 무허가 설비가 이미 철거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신고자는 관련 설비가 설치된 현장 사진과 사용 중인 동영상 그리고 철거 전후 항공 사진을 추가로 제출하고 재차 불법 여부를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군은 그제야 A중공업을 경찰에 형사고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고압가스관리법 위반 책임만 묻고 액화석유가스관리법 위반은 뺐다. 심지어 B산업가스는 아예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사권이 없이 공급계약서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B산업가스가 이 군수가 2002년부터 2022년 6·1지방선거 당선 전까지 직접 경영한 업체이자 지금도 군수 친인척이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신고자는 이 군수와 A중공업 대표이사, B산업가스 대표이사 그리고 고성군 공무원 2명을 직접 경찰에 고발했다. 앞선 2가지 법령 위반에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 누설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죄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이 군수는 “취임 전 개인 사업은 다 정리했다. 지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친인척 회사는 맞지만 그렇다고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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