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울산? 산업도시에 대한 사회학적 해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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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 교수 <불안한 미래> 출간
울산 인구 100만 명 추락 위기
해결책 ‘동남권 메가시티’ 제시


‘산업도시’ 울산이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부산일보 DB ‘산업도시’ 울산이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부산일보 DB

2017년까지 20년 동안 한국에서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울산이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5년 119만 명을 정점으로 8년 동안 매년 1만 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광역시 최소 요건인 10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산업도시’ 울산은 지속 가능할까?

최근 출간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가 울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자체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면서 4·10 총선을 앞두고 동남권 메가시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선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산업도시 거제와 조선 산업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로 2019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의 후속작이다.

이 책은 ‘산업도시’ 울산이 단순한 ‘생산기지’로 전락한 것에 위기의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1990년대까지 한국의 제조 대기업은 생산 현장과 본사를 같은 지역에 두고 생산직 노동자와 설계 엔지니어는 현장에서 협업하면서 생산방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그 이후 2010년대까지 20여 년에 걸쳐 기업 연구소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설계 부문이 따라 올라가는 ‘공간 분업’이 강화됐다. 그 결과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인재 확보를 이유로 높은 부동산 비용까지 감당하면서 공장을 수도권으로 진출시키려는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울산 쇠퇴의 또 다른 이유로 ‘산업 가부장제’를 거론한 점도 흥미롭다. 산업 가부장제는 특정 산업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의 불균등한 성별 분업 구조를 의미한다. 울산 전체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여성을 뽑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조선업)의 성비는 97 대 3, 현대자동차의 성비는 94 대 6이다. 최근 10년간 울산의 여성 고용률은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생산기지로 전락한 울산에서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니 청년과 여성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청년과 여성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위기를 돌파할 해법이다.

양 교수는 “여성 노동력 활용이나 서비스 산업 유치 등 사회적 측면의 문제는 단독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동남권 관점에서 울산 남쪽에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서비스 산업을 보유한 부산이 있으니, 부산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제안한다. 대학의 기능은 울산보다 부산에서 강화하고, 산학연계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부울경의 접점인 양산이나 김해 등지에 짓고, 부울경 대도시끼리 교통망을 촘촘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포항·경주가 체결한 ‘해오름동맹’은 여성 경제 참여가 어렵고, 대졸자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고질적 문제점을 공유해 그저 지역의 정치적 동맹으로서만 작동한다고 비판했다.

넘어야 할 과제는 울산이 늘 부산의 빨대 효과를 걱정한다는 점이다. 울산은 부산으로 인력과 물자가 빨려 들어가서 세수와 영향력을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메가시티가 충분한 숙의와 이해관계 조정 없이 졸속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의 두 번째 대도시로 자리 잡은 부산만 이익을 본다는 여론을 뒤집기 힘들다. 양 교수는 “동남권 메가시티의 좌초는 정책이 갖고 있는 합리성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이뤄질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광역 내부의 이해관계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 시·도의회 의원뿐만 아니라 기초 단위 자치단체장, 지역주민까지 설득해야 하는 과업이다”라고 말했다. 4·10 총선 뒤에 동남권 메가시티가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주목된다.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표지.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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