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적 확증 편향 깨는 유권자가 민주주의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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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조사,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 확인
정치권·유튜버 공생 관계 투표로 심판해야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 후 첫 휴일을 맞은 31일 오후 부산 지역 한 후보의 유세에 지지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 후 첫 휴일을 맞은 31일 오후 부산 지역 한 후보의 유세에 지지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주권자의 선택, 제22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극단적인 혐오와 막말, 편가르기가 기승을 부려 눈살이 찌푸려진다. 정당의 정책 경쟁이나 참신한 인물의 부상은 기대할 수도 없으니 유권자로서 무참할 따름이다. 이번 선거의 역대급 살풍경은 SNS 과몰입이 초래한 확증 편향과 진영 정치의 극단화다.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 사전투표소 몰카 설치가 그 실례다. 유튜브 등 소셜플랫폼에 똬리를 튼 확증 편향이 이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제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과 유튜버가 확증 편향을 악용하는 전략적 공생 관계라는 점이다. 깨어 있는 유권자만이 이 막장 드라마를 끝낼 수 있다.

〈부산일보〉와 동아대가 총선을 앞두고 확증 편향의 실태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정치 뉴스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예컨대 ‘청탁금지법에 의하면 공직자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는 처벌 대상이다’는 문항은 실제로는 ‘거짓’이다. 이에 대해 보수층은 55.6%가 정답을 맞혔는데 진보층은 16.3%에 불과했다. 또 ‘일본에 파견된 후쿠시마 오염수 정부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는 제외됐다’는 명제는 ‘사실’인데, 이 문항에 보수 성향은 정답률이 22.2%에 그친 반면 진보 성향은 55.8%가 정답을 맞혀 대조를 이뤘다.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성향에 따라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확증 편향이 반영된 결과다.

언론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이 53%로 세계 최고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의 진위 여부에 66%가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가짜 뉴스에 대한 불신이 있지만 모바일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짜 뉴스 이용이 일상화된 것이다. 이 같은 뉴스 생태계의 변화를 진영 정치에 기댄 정치권과 유튜버가 악용해 편향된 정보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건 어제오늘의 병폐가 아니다. 신문의 경우 매체마다 경향성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적어도 객관주의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반면, SNS에 유통되는 정치 뉴스는 ‘우리 편’ 입맛대로 가공되기 일쑤여서 극단과 진영논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견해가 다른 세력끼리 공정한 절차, 즉 다수결을 통해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해 가는 제도다. 하지만 SNS 확증 편향을 악용하려는 극단적 진영 정치는 ‘우리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악마화한다. 통합이 아닌 분열을 획책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다. 확증 편향을 일으키며 확대 재생산되는 가짜 뉴스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5~6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주권자 심판의 시간이 시작된다. 유권자의 정치적 분노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치적 확증 편향을 분별하는 깨어 있는 유권자가 민주주의를 지킨다. 확증 편향에 ‘생각’을 도둑맞으면 우리의 미래를 빼앗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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