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안한 부산 도시철도 역사·차량 치안 강화할 때다
3월 방화미수 사건 대처, 내부 규정 어겨
전체 안전 시스템도 곳곳 허점, 보완 시급
지난달 9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열차 내에서 발생했던 방화미수 사건 당시 부산교통공사 종합관제소의 대응 조처가 내부 안전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만다행으로 커다란 피해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종합관제소의 이런 무모한 대응이 자칫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결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부산일보〉가 2일 입수한 부산교통공사의 ‘1호선 열차 내 승객의 종이 태움 및 소란행위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이외에도 도시철도 내 치안을 위한 인력과 시스템, 매뉴얼 등에서 여러 허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래서는 도시철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부산교통공사 보고서에 기록된 종합관제소의 초동 대처는 방화미수범의 위험천만한 행동만큼 무모하고 위태로웠다. 관제소는 우선 공사가 자체 수립한 ‘열차 내 질서저해자 대응 절차’부터 어겼다. 열차 내 돌발 상황이 진행 중일 경우 마무리될 때까지 정차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기관사에게 운행을 지시한 것이다. 당시 명륜동역에 정차한 열차 내에선 종이에 불을 붙이며 방화를 시도했던 범인의 난동이 시작된 지 2분가량 지난 때였다. 그런데도 열차는 관제소 지시로 다음 동래역까지 그대로 달렸다. 위급 상황에선 범인을 열차와 분리하는 게 가장 급한 일인데도 오히려 수많은 승객과 범인을 동승시킨 꼴이 됐다.
관제소의 대처 외에 부산도시철도 내 긴급상황 대응 체계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명륜역에서 역무원 1명이 출동했으나 범인의 거친 반항과 사법권이 없는 한계로 말로만 하차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역무원이 관제소와 직접 소통 가능한 장비를 소지하지 않은 데다 관제소 또한 열차 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현장과 관제소 간 유기적인 협업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찰 인력도 주말에는 현장 배치가 안 돼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협조를 받기가 어려운 점도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안전 체계상 허술함이 한둘이 아니니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다.
다행히 이번엔 무사히 넘어갔다고 해도 수많은 시민의 안전이 걸려 있는 이상 현재의 도시철도 안전 시스템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부산시와 교통공사, 경찰은 공통된 위기의식을 갖고 기관 간 협업 체계부터 인력과 안전 지침 강화 등 종합적인 검토·보완 작업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겠으나 안전 문제가 걸린 사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사상역 역무안전실에 1년 가까이 벌어졌던 상습적인 분뇨 투척과 지난달 방화미수 사건 모두 도시철도 안전에 관한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단지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사건 대처를 긍정 평가한 교통공사의 태도는 매우 의아하고 또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