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원이 슈퍼맨도 아니고…” 사법권 부여 법안은 10년 넘게 공회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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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보안관은 잡상인 단속만
저지 수단도 호루라기·보디캠 뿐
관련 법안 2012년 발의됐다 폐기

간헐적으로 경찰이 순찰을 도는 것 외엔 도시철도 치안은 거의 공백 상태다. 부산일보DB 간헐적으로 경찰이 순찰을 도는 것 외엔 도시철도 치안은 거의 공백 상태다. 부산일보DB

도시철도 안전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역무원이나 보안관에 사법권을 부여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이어졌지만 10년 넘게 변화가 없다. 현장에서는 역무원 개개인이 ‘슈퍼맨’이 돼야 하는 구조라며 인력 보강, 시스템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도시철도공사 임직원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2년 처음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4월에도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등이 사법경찰권 부여를 위한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으나 1년 가까이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상 도시철도 운영기관 임직원은 사법경찰권이 없다. 범죄가 생겨도 대응할 수단이 전혀 없는 셈이다. 신원 조회나 위험물품 제출 요구 같은 적극적인 대처 역시 불가능하다. 한 역무원은 “현장에서도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이상 행동자에게 자제하라거나 하차하라는 요구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송사 위험이 있다 보니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역무원이나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이때도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1년 지하철보안관 도입 직후부터 이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건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사법권 부여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도시철도 치안 공백은 커졌다. 만 60세 이상~64세 미만의 지하철보안관은 현장에서는 치안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도시철도 45개 역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도 인건비 부담·인력 수급 부족 등을 이유로 2022년 284명에서 2023년 273명, 2024년 현재 202명으로 감소 추세다. 역무원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비도 마땅하지 않다. 호신용품은 역마다 1~4개 배치된 LED 전자 호루라기와 보디캠이 전부다.

부산도시철도 역무원 A 씨는 “지하철 보안관은 주로 잡상인 단속을 한다. 위급한 상황이 있을 때 역무원들이 보안관을 부르지는 않는다”며 “이번 같은 사건이 있을 때 종합관제소에서 보안관을 바로 출동시키고, 지하철 순찰대도 한층 강화한다면 시민 보호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역사에 근무하는 역무원은 2명에 불과한데, 역무원이 슈퍼맨이 아닌 이상 모든 위기 상황에 2인 1조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인력이나 설비 충원 없는 위기 상황 매뉴얼 수립은 오히려 역무원에게 민·형사상 부담만 늘린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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