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제102해진호 V-PASS 끄고 ‘불법 조업’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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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인근 조업금지구역서 정어리 조업
위판 시간 맞추려 적재 불량 상태로 운항
위반 사실 숨기려 위치발신장치 고의로 꺼
선단 선주, 주선 선장 수산업법 위반 입건

지난달 14일 오전 4시 14분 욕지도 남방 4.6해리 인근에서 선원 11명이 탄 139t급 쌍끌이저인망어선이 침몰해 한국인 선원 4명이 숨졌다. 부산일보DB 지난달 14일 오전 4시 14분 욕지도 남방 4.6해리 인근에서 선원 11명이 탄 139t급 쌍끌이저인망어선이 침몰해 한국인 선원 4명이 숨졌다. 부산일보DB

속보=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에서 침몰해 한국인 선원 4명이 숨진 부산 선적 쌍끌이대형저인망 제102해진호(부산일보 3월 15일 자 1면 보도 등)가 불법으로 포획한 어획물을 싣고 복귀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 조업구역위반 사실을 숨기려 선박위치발신장치(V-PASS)를 고의로 껐고, 새벽 위판 시간에 맞추려 어획물을 갑판 한쪽에 엉성하게 쌓아둔 채 무리하게 운행하다 순식간에 뒤집혔다는 설명이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통영해양경찰서는 102해진호 선단 60대 선주와 주선 선장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102해진호는 주선과 종선 2척이 대형 그물을 양쪽에서 끌며 조업하는 쌍끌이선단 종선이다. 지난달 14일 오전 4시 20분께 어획물을 싣고 복귀하다 욕지도 남방 4.6해리(약 8.5km) 해상에서 침몰했다.

보통 어획물은 20kg들이 상자에 나눠 담아 갑판 밑에 있는 어창에 보관한다. 어획물이 무게 중심을 낮춰 선체 복원력(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엔 어획물로 가득 찬 자루그물을 좌현 선미 쪽에 내려놓은 상태로 이동했다. 그날따라 조항이 좋아 양이 많았던 데다, 오전 6시 시작되는 수협 위판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못가 선수(뱃머리)가 들리며 선내로 바닷물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불과 2~3분 사이 완전히 전복됐다.

해진호가 잡은 어획물 대부분은 정어리였다. 해진호 선단은 평소엔 삼치를 주로 잡는데, 최근엔 정어리를 잡았다. 양식장 사룟값이 폭등하면서 정어리 단가가 껑충 뛰었다. 문제는 정어리 어군이 형성되는 욕지도 인근이 대형쌍끌이어선 조업금지구역이라는 점이다. 수산업법에 따라 이들 선단은 동경 128도(남해군 앞바다)를 기준으로 동쪽 바다에선 조업할 수 없다.

업종별 조업금지구역(왼쪽)고 제102해진호 침몰 위치. 쌍끌이대형저인망은 경도 기준 동경 128도 동쪽에서 조업할 수 없다. 부산일보DB 업종별 조업금지구역(왼쪽)고 제102해진호 침몰 위치. 쌍끌이대형저인망은 경도 기준 동경 128도 동쪽에서 조업할 수 없다. 부산일보DB

해진호 선단은 사고 전날 오후 5시 10분께 통영항을 출항했다. 그런데 2시간여 지난 오후 7시 30분께 V-PASS 신호가 사라졌다가 8시간여 지난 오전 3시 30분께 다시 잡혔다. 해경은 해진호 선단이 조업구역위반 사실을 숨기려 고의로 장치를 끈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욕지도 해군 레이더기지 항적자료를 종합해 조업구역 위반 여부를 따졌고, 주선 선장으로부터 진술을 받아냈다.

해경은 숨진 102해진호 선장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선주와 주선 선장 등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 법 적용 범위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한편 침몰한 102해진호에는 선장, 항해사, 기관장 등 한국인 선원 4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6명, 베트남 선원 1명 등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10명이 우선 구조됐지만,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선장 등 한국인 3명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실종 상태였던 한국인 기관장은 사고 발생 6일 만에 침몰한 선체 기관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반면 갑판에서 어획물을 정리하던 외국인 선원 7명은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해경은 한국인 선원은 관리자들로 사고 당시 실내 머물고 있었던 탓에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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