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투표 시작… 유권자 냉철하고 선관위 엄정해야
'박빙' 많아 유권자 한 표 중요성 커져
신중한 선택·선거관리 공정성 요구돼
4·10 총선 사전투표가 5~6일 이틀 동안 진행된다. 유권자는 전국 3565개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고,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사전투표제 시행 이후 사전투표율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사전투표를 택한 유권자가 전체 투표자의 11.5%에 불과했지만, 선거를 거듭할수록 참여율이 높아져 2022년 대선에선 36.9%였다.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에선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중 ‘사전투표를 할 것’이란 응답이 41.4%에 달했다. 이제 사전투표는 선거에 있어 당락을 가르는 주요 요인이 됐을 정도다. 이번 총선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은 박빙의 승부처가 유난히 많다. 국민의힘은 4일 수도권 26곳과 충청권 13곳, 부산·울산·경남 13곳, 강원 3곳 등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3~4% 이내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대략 40~50곳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박빙 지역으로 분류했다. 어느 때보다 한 표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졌다. 사전투표에 지지층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이번 총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4일부터 본투표 마감 때까지는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 공표, 인용 보도도 금지된다. 유권자 입장에선 선거일까지 여론 동향을 알 수 없는 ‘깜깜이 기간’이다.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거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선관위의 존재 이유다. 사전투표 참여가 늘면서 철두철미한 선거 관리가 필요하다.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투표용지 수검표 확인,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 CCTV 공개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전국 사전투표소 40여 곳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되는 허점이 드러났다. 선관위 직원의 업무용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일부 정보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당시 일명 ‘바구니 투표’ 논란이 발생한 점을 교훈 삼아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부정선거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투표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후보 또는 정당 간 막말과 상호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건실한 공약이나 정책 경쟁은 이미 실종된 상태다. 이젠 유권자가 ‘낡은 정치’를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유권자는 주변의 시선이나 근거 없는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확고한 판단 기준을 세워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후보자 공약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 인물을 선택하는 현명한 유권자가 돼야 한다. 권력 쟁취에 몰두해 이전투구만 하는 정치인들이 꼴 보기 싫다고 선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유권자들의 행동에 있다. 유권자의 힘은 투표에서 나온다. 그 시작은 사전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