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소설가’ 강남주 소설집, 일본서 ‘草墳’으로 번역 출판
75세 등단, 80세에 펴낸 책
치매·죽음 등 노인 문제 다뤄
초고령사회 일본 반응 기대
늦깎이 소설가 강남주(85)의 단편소설집 <따로 쓰게 된 방>이 최근 일본에서 <草墳(초분)>으로 번역 출판됐다. 후쿠오카에 있는 카란샤 출판사는 홈페이지(karansha.com)에 이 책을 ‘조선통신사 연구로 알려진 학자이며 한국의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인인 저자의 첫 일본어 번역서’로 소개하고 있다. ‘문학 한류’라고 부를 만큼 일본에서도 한국 소설이 인기이지만 지역 출판사에서 나온 지역 작가의 소설이 일본에서 번역 출판된 사례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산 부경대 총장을 지낸 강 소설가는 2013년 75세에 계간문예지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 2019년 그의 첫 단편소설집 <따로 쓰게 된 방>을 여든의 나이에 냈다. 이 책은 호밀밭 출판사의 자회사인 ‘두두’에서 출판했다. 그 밖에도 2017년에 낸 장편소설 <유마도>는 2018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도서로 선정됐고, 2021년에 <비요>를 출간하는 등 나이를 무색케하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따로 쓰게 된 방>에는 치매나 고독사를 비롯한 고령사회의 노년 문제를 위주로 다룬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노년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한·일 문화와 감수성 차이도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 소설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단편집은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죽음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죽고 난 뒤의 시신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죽음과 삶에 대한 관념은 또 무엇이 다른가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 책을 번역한 모리와키 니시키호 씨와 카란샤 출판사 측은 일본에 없는 장례 방법인 ‘초분’에 크게 흥미를 느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분은 서남해안이나 섬에서 송장을 풀이나 짚으로 덮어 두던 장례 방법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초분에 대해 ‘3년 내지 10년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살이 다 썩은 뒤에 뼈를 골라 시루에 쪄서 땅에 묻는다’고 나와 있다. 강 소설가의 단편 ‘풀 속에 눕다’와 ‘바람섬’에는 부산수산대(부경대) 교수 시절 실습선을 타고 서해 낙도에서 경험한 초분의 장례 풍속이 자세히 소개되었다.
강 소설가는 “이제 글을 읽고 쓰는 속도가 옛날 같지 않지만, 지금도 머릿속으로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을 착착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썼으면 이제 편히 살지 않고, 왜 힘들게 소설을 쓰는 것일까.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왜 쓰는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밝힌 글이 있어서 짧게 소개한다. “재밌어서 쓴다. 젊었을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래 산 것이 작가로서 글을 쓰는 데 결코 장애요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허황된 믿음만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밤잠을 설친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