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 국민 공감할 의견 모아 의정 대화 속히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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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입장 없이 사분오열 ‘무책임’
의료 공백 두 달, 국민 고통만 가중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저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전 해결’을 바랐던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의정 갈등은 끝내 총선 후까지 이어질 모양이다. 대화의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극단 대치를 키우는 건 아닌지 국민들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의대 증원 논의가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더니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스스로 혼선에 빠진 대목이 특히 안타깝다. 하지만 “증원 축소가 물리적으로 불능하지는 않다”는 정부 입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전과 달리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제 의료계가 이에 호응해 대화 테이블에 적극 나서는 게 도리다.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분 양상을 추슬러 하루빨리 총의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엊그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는 총선 이후에 의협과 의대 교수, 전공의, 학생들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런데 기자회견은 내부 반발 때문에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도됐다. 전공의 쪽에서 기자회견에 합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는 내부에 통일된 의견이나 단일한 목소리가 없이 사분오열 상태에 빠진 의료계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의협 차기 회장 측이 현 비대위원장 대신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나선 모습에서도 내부 갈등 양상이 확인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의료계가 전체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데 힘을 쏟는 게 먼저다.

전공의 집단행동 8주 차를 맞은 의료 현장은 한계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오죽하면 환자단체들이 9일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국회 중재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겠나. 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의 여파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지 오래인데, 8일에는 서울아산병원이 ‘빅5 병원’ 중 처음으로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여기에 더해 전국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마지노선도 임박한 상황이다. 최근 몇몇 대학을 시작으로 의대 수업이 재개됐지만 휴학계를 낸 의대생이 많아 강의가 파행 없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까지 가면, 의사 인력 수급이 차질을 빚고 부작용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정부 대응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8일 정부는 ‘증원 1년 유예 검토’ 얘기를 섣불리 꺼냈다가 곧바로 말을 바꿨다. 정책에 대한 믿음을 주진 못할망정 혼란을 부추기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의료계 역시 입장이 제각각 나뉜 채 자기 관점만 고수하는데 이 역시 무책임하다. 특히 ‘증원 철회’ ‘협상 무용’ 같은 강경론만 외쳐봐야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료 공백이 두 달이나 지속되면서 국민의 불편과 고통, 피해가 막심하다. 정부가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은 만큼 의사들은 당장 환자 곁으로 복귀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일한 입장을 정하고 국민이 수긍할 논리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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