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 목욕탕·지하철역서 ‘주권 행사’… “투표율 높아야 말 잘 들어줄 것”
부산 곳곳에서 투표 진행 중
낮 12시 기준 투표율 19.2%
총선 투표 오후 6시까지 진행
10일 오전 부산진구 전포동 조은목욕탕 주차장에서 4.10 총선 투표가 열리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아침부터 동네 목욕탕에 주민이 모여들었다. 법정공휴일이라 목욕을 하러 온 게 아니었다. 1층 주차장에 4.10 총선 투표소가 마련됐고, 그들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목욕탕뿐 아니라 지하철역 등 부산 곳곳에서 새로운 일꾼을 뽑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9시 45분께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조은목욕탕. 1층 입구 옆 주차장은 기표소 4곳을 갖춘 ‘전포2동 제3투표소’로 바뀌어 있었다. 전포2동 19통, 21~25통 주민들은 4년간 지역을 책임질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투표용지에 도장을 꾹 찍었다. 자녀와 동행하거나 노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국회의원 선거가 처음인 20대부터 오랜 시간 동네를 지킨 노인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20대 자매는 함께 투표를 마친 뒤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언니 박 모(23) 씨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러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생 박 모(21) 씨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선거에 참여했다”며 “투표율이 높아야 국회의원이 우리 말을 잘 들어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홀로 투표장을 찾은 한병열(78) 씨는 “날마다 싸우는 게 보기 싫었는데 시원한 마음으로 왔다”며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조용해지길 바라면서 투표했다”고 밝혔다.
10일 부산진구 전포2동에 4.10 총선 투표소 장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우영 기자
산복도로 목욕탕이 투표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은목욕탕이 영업을 주말에만 하게 되면서 새로운 투표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투표장인 화신아파트 주차장은 입구 경사가 심하고 공기도 좋지 않아 투표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포2동 김진배 선거관리위원은 “불을 켜도 어두웠던 데다 노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라 이번에 투표장을 바꿨다”며 “마땅한 공간이 없었는데 마침 평일에 목욕탕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부산 지하철역에서도 투표 행렬은 이어졌다. 10일 오전 10시 연제구 연산동 도시철도 연산역 안에 차려진 투표소도 시민들로 붐볐다. 개찰구에서 나오는 ‘오늘은 선거일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들은 뒤 투표소로 향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며 표를 던졌다. 김 모(76) 씨는 “최근 장을 보기 무서울 만큼 물가가 많이 올랐다”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투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자녀에게도 투표를 당부했다”며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개표방송까지 챙겨볼 생각”이라고 했다.
10일 도시철도 연산역에 마련된 4.10 총선 투표장.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올해는 역대 총선 중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51.7cm로 가장 길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80대 어머니를 모시고 온 배영란(56) 씨는 “투표를 한 뒤 어머니와 식사하러 갈 생각인데 기표소에 들어간 어머니가 나오지 않는다”며 “너무 긴 투표용지 탓에 혼란을 겪고 계신 것 같다”며 한참을 밖에서 기다렸다.
2022년 지방선거 때와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는 시민도 있었다. 투표소를 찾은 박 모(52) 씨는 “의협 사태와 고위 정치인 비위 기사, 불안한 경제 상황 등을 지켜본 부산 시민은 더 이상 하던 대로 투표하지 않고 실익을 따지고 있다”며 “특히 연제구는 다양한 연령대와 의견을 가진 시민이 모여 사는 만큼 여타 구·군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투표장에 발길은 이어지지만, 사전투표 분위기에 비해 비교적 본투표장은 한산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산5동 투표 사무원인 조 모(46) 씨는 “사전투표 날에도 일을 했는데, 본투표는 투표소가 여러 곳이라 그런지 그때보다는 한산한 분위기”라며 “공휴일인 만큼 점심시간이 지나면 투표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부산 투표율은 10일 낮 12시 기준 19.2%를 기록해 전국 평균인 18.5%를 웃돌았다. 부산 북구가 21.8%로 가장 높고, 중구가 16.5%로 가장 낮았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사전투표 투표율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투표는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동안 진행된다. 투표장에 오후 6시까지 도착하면 된다. 개표는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전국 254곳 개표소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