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으로] 내 것이 아닌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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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공동연구원

2014년, 미국 최대의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행사에서 배우 엘리엇 페이지가 커밍아웃 스피치를 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만약 사람들이 어떤 낯선 사람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5분간만 참고 그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거부의 감정을 견디고 5분을 있은 후에 남을 함부로 차별하면 안된다는 교양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그 5분 안에 느끼는 인상과 감정을 가지고 남을 판단하고, 나아가 그것이 자신의 진실한 의견이자 선택이라고 믿는다.

5분 너머의 교양보다 5분 안의 감정이 더 진실된 것처럼 여겨지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세상에 낯선 남이 있고 그 남에게도 여러 사정이 있다는 교양은 보통 수업 시간에 남을 통해서 듣는다. 남에게서 들은 교양은 주로 누군가를 놀리고 싶은 내 욕망에도 불구하고 작동해야만 할 원칙으로 와닿는다. 그래야만 하는 원칙이 왠지 그러고 싶은 감정보다 힘이 센 경우는 별로 없다. 게다가 남 놀리지 말라는 원칙보단 남 놀리고 싶은 마음이 왠지 훨씬 내 것 같다. 한 사람에게 내 것이 아닌 것이 내 것인 것보다 힘이 센 경우도 보기 드물다.

하지만 그렇게 처음부터 내 것 같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5분 동안의 감정이 정말로 나에게서 온 것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많은 것을 주위에서 학습한다. 밥 먹는 것에서 말하는 것까지, 누군가가 그걸 수행하는 걸 흉내내며 아이들은 살면서 필요한 무언가를 배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과거 어렸을 적 그렇게 느끼는 것이 눈치껏 맞겠다고 생각한 결과의 산물일 수 있다. 아이들은 보통 그런 식으로 감정과 관계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내 것 같은 감정은, 실은 그것이 내 안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까먹었기에 처음부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수도 있다.

처음 5분의 편견을 이겨내는 방법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혹시 다른 데서 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사회를 구성하는 것들 중 대부분이 무언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은 어느 시점에 새로 만들어져 재구성되고 끝내 허물어지는 저마다의 수명을 갖는다. 거기에 개인이 느끼는 감정도 포함된다. 친숙한 내 감정이 내가 아닌 남에게서 온 것일 수 있음을 아는 것은, 내가 좀더 바라는 나의 삶과 자아를 꾸려나가기 위해 필요하다. 내 것인 줄 알았던 것이 남의 것으로 탄로나는 일만큼 살면서 불쾌한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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