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보다 더 뜨거운 BRT 정류소에 녹지공간 만들자”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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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중앙 위치 한여름 50도 넘어
가로수 있는 곳 비교 온도 차 현격
선형 녹지축 조성 정책 제안 나와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도로. 정류소 양쪽 끝에만 가로수가 식재된 부산과 달리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녹지가 설치됐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도로. 정류소 양쪽 끝에만 가로수가 식재된 부산과 달리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녹지가 설치됐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도심 중앙에 있어 한여름 도로보다 더 뜨거운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정류소에 ‘녹지축’ 도입으로 열섬현상을 완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12일 부산시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주최로 ‘BRT 버스정류장 도심 선형 녹지축 전환 정책제안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지난해 한여름 서울 BRT 버스정류장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해본 결과 가장 뜨거운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 52도에서 57도까지 온도가 올라갔다”면서 “인근 가로수가 있는 도로의 경우 31~35도 사이로 큰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부산 BRT 버스 정류소는 전반적으로 정류소 양쪽 끝 정도에만 가로수가 심겨 있어 서울과 다르지 않다. 부산그린트러스트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부산에서 BRT 공사 중 다른 장소로 이식된 수목은 6만 9079그루에 달했다. BRT가 생기면서 많은 가로수가 사라진 셈이다.

이 상임이사는 “부산 BRT 버스가 지나는 사이 공간 약 1.5m에 잔디블록이나 플랜트 박스와 같은 방식으로 식물을 심어 녹지축을 만든다면 총길이 8975.4m, 2만 5189.2㎡(약 7620평)의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 도심에 약 9km의 녹색하천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버스가 다니는 길바닥에 녹지축을 설치한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 오리건주 소도시 유진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경우 트램이 다니는 도로 하부 좌우 바닥에 식물을 심어 녹지공간을 확보했다. ‘자연주의 기법을 동원한 BRT 정류소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부산그린트러스트 김수진 운영이사는 “선진국의 경우 최근 도심 녹지를 자연주의형 정원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 번 심고 나서 관리가 거의 필요 없는 형태인데 자생적으로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의 기후에 맞춰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영국 정부가 1000개 이상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버스 정류장 옥상정원인 ‘꿀벌 버스정류장 정원’, 버스정류장과 연계한 소공원을 조성한 미국의 사례 등을 제시했다.

이날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를 좌장으로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 광주 대중교통시민모임 박민희 대표,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 부산시 푸른도시국 김성영 공원여가정책과장 등이 참석한 토론회도 이어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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