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야당과의 협치로 국정 쇄신 의지 보여야
총선 민심은 행정부·입법부 대화·협력
국민에 반성하고, 내각·참모 일신해야
4·10 총선이 여당 참패와 범야권 192석으로 끝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인 첫 대통령이 됐다. 임기 반환점을 채 돌지도 않은 상태에서 레임덕은 물론 데드덕 상황까지 거론되는 판이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심은 한층 더 싸늘하다. 리얼미터의 8~12일 조사에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2.6%로 지난해 10월 3주 차(32.5%) 이후 가장 낮았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먼 ‘불통 리더십’에 민심은 여전히 회초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의 변화가 민심의 준엄한 요구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총선 직후 다짐을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쇄신은 야당을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손을 내미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집권 2년간 법안 9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영수회담 요청 거절은 8번에 이른다. 이 불통의 2년이 총선 참패로 돌아왔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권자가 총선을 통해 윤 대통령에 주문한 건 야권과 협치하라는 것이다. 행정부로서도 입법부를 석권한 범야권 192석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그 어떤 법안이나 정책도 추진할 수가 없다.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강 대 강’ 대치가 되풀이되면 국정 표류뿐만 아니라 급박한 대외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 대통령의 변화 다짐은 인적 쇄신으로 귀결돼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범야권과의 협치를 염두에 둔 발탁이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고언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야권에는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후임 총리가 통합의 정치로 전환된다는 상징성을 보여줘야 한다면, 비서실장 등 참모들은 정책·정무 경험이 풍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에 직언하지 못하고, 야당과는 불통인 참모로 채워지면 협치는 물건너가고 무한 대결 국면만 반복될 것이다. 정국 혼란과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나라가 불행해질까 걱정이다.
윤 대통령이 16일 생중계되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총선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기자회견이 아닌 점은 아쉽지만 어쨌든 국정의 기조와 운영 방식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우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이나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도피성 임명 논란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리고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경제와 민생 안정 대책도 시급하다. 야당 대표들의 대통령 면담 요구에도 화답해야 한다. 내일 대통령 모두발언이 대치 정국이 종식되고 협치로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