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 ‘단차 60cm 황당 보행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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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상가 쪽 보도 제각각 설계
200m 구간, 층 나눠진 채 공사
남구청 뒤늦게 알고 대책 검토
버스 정류장 이전 불가피할 듯

지난 15일 부산 남구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상가 앞 보도 사진. 설계 오류 탓에 같은 길에 층이 나눠진 보행로가 두 곳이 생겼다. 지난 15일 부산 남구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상가 앞 보도 사진. 설계 오류 탓에 같은 길에 층이 나눠진 보행로가 두 곳이 생겼다.

지난 15일 오후 5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대남지하차도에서 용호동 방향으로 걷다 보니 보도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더비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 상가 건물과 맞닿은 보도와 차로에 붙은 보도 사이를 공사장 펜스가 갈라놓고 있었다.

차로 쪽 보도는 폭이 좁아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기존에도 110cm로 폭이 좁은 데다 가로수나 가로등이 있는 구간에서는 폭이 40cm까지 줄어 차선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두 보행로 간의 높이 차이도 60cm에 달했다. 보행로로 만들었지만 사실상 보행 기능은 상실한 것이다.

부산 남구 최고급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장에서 설계 실수 탓에 층이 나눠진 두 개의 보행로가 만들어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남구청은 문제를 알아차리고 재공사를 논의 중이라고 밝혀 공사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16일 남구청과 대연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두 개 보행로가 만들어진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아파트는 해당 보도의 이상 탓에 최종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았다. 현재 아파트 각 동 건물 등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부분 준공 승인이 이뤄진 상태다.

애초 상가 앞 보도는 하나의 보행로로 조성될 계획이었으나 설계 실수로 단차가 발생했다.

이는 각 보도의 설계 주체가 달라 벌어진 일이다. 상가 앞 보도는 주택 단지 시설에 해당하고, 차도 쪽 보도는 도시기반시설로 취급돼 서로 다른 설계 사무소에서 담당하면서 2개의 보행로가 만들어졌다.

남구청은 지난 1월 이 같은 문제점을 처음 인지했다. 공사 현장에 점검을 나간 공무원은 보도 형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그때는 이미 200m가량 구간에 보도블록이 깔리고 가로수가 식재되는 등 보도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

남구청과 재건축조합은 뒤늦게 두 보도 간 단차를 없애기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차도 쪽 보도 높이를 상가 보도에 맞춰 끌어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그럴 경우 보도 높이 자체가 높아져 버스 탑승이 어렵게 돼 기존 버스 정류장 이전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남구청은 부산시와 버스 정류장 이전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 오류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탓에 버스 정류장까지 옮기게 될 판이다.

대연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보행 불편이 없도록 보도 단차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며 “여러 방법을 구청과 논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같은 곳의 보도 공사를 반복해야 하고, 불필요한 행정력 소모까지 더해지면서 남구청도 관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 “보도 공사와 관련해서 모든 비용은 재건축조합이 부담하기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며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보도 단차를 없애기 위한 공사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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