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지원금’ 메뉴, 영수회담서 소화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 0순위 의제 올릴 듯
윤 대통령, ‘포퓰리즘’ 비판 일관
협치 명분 불구 수용 난색 가능성
의대 증원·채 상병 관련 특검 등
정국 뇌관 의제 제외 관측도 많아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번 주 첫 회담을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떤 의제가 논의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은 지난 19일 만남이 성사된 직후 의제 조율에 들어갔다. 회담 날짜와 구체적 형식 등을 놓고도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윤 대통령과 이대표는 5분 가량 전화 통화를 나눴고, 윤 대통령이 ‘다음 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통화는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스피커폰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자주 차를 마시고 식사와 통화로 국정을 논의하자”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역시 윤 대통령의 전화에 감사를 표하고 “가급적 빨리 만나자. 저희(야당)가 도움이 돼야 한다”며 국정 협력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통화는 지난 2022년 8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이 이르면 오는 24일 이뤄진다는 특정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번 주 예정된 회담 테이블에 이 대표가 올릴 ‘0순위’ 의제는 민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대표가 꺼내 들 민생 의제의 핵심은 4·10 총선을 전후해 자신이 거듭 주장해온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이 지원금에는 총 13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한 상태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로 중계된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의 회담 성사 소식을 전하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도 이번에 만나면 이야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민생회복 지원금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경우 양측에서 이견이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총선 결과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히면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한다. 우리 미래에 비추어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의 핵심 선거 공약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회담 의제 선정 단계에서부터 양측이 극심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정 문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치’라는 명분에 밀려 이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21일 SNS를 통해 “야당의 25만 원 전 국민 지급과 같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가는 것도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며 “야당의 1차 대화 상대는 여당이고 정부이지만, 여당의 1차 대화 상대는 국민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는 필요하지만 국정의 대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또다른 의제로는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 공백 사태와 전세사기 특별법·제2 양곡관리법 등 굵직한 민생 현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 후임 인선을 놓고 두 사람이 의견을 교환할지도 주목된다.
이 대표가 5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한 ‘해병대 채 상병 의혹 특검법’과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여권이 강력히 반대해온 특검법안들도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하면서 여야 협치 무드가 어렵게 조성된 만큼 양측의 의제 조율 과정에서 정국의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의제는 제외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