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섬’ 오명 벗기 나선 영도구, 매입기금 만든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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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기금 조성 조례 제정
매입 후 편의·공공시설로 사용

부산 영도구 청학동 빈집 모습. 영도구청 제공 부산 영도구 청학동 빈집 모습. 영도구청 제공

빈집 급증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부산 영도구가 빈집 문제 해결 목적으로 기금 조성에 나섰다. 구청이 이 기금을 활용해 직접 빈집을 매입해 정비까지 마친 뒤 주민 편의시설이나 공공시설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영도구청은 빈집매입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구청이 빈집을 구매해 영도구 자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빈집 정비 방식의 한계가 이번 기금 조성 추진의 배경이 됐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현행 빈집 철거는 구청이 철거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소유주로부터 해당 부지를 3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3년이 흐르면 소유주에게 해당 부지를 되돌려줘야 해 장기적인 해당 부지 활용 계획을 잡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빈집을 철거한 부지 대부분은 기껏 철거가 이뤄져도 콘크리트가 포장된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는 등 부지 활용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가파른 빈집 증가세도 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더했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영도구 빈집은 무허가를 포함해 1339동이다. 지난해 1147동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100동 넘게 증가했다. 반면 예산 부족으로 빈집 정비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도구청은 기금으로 빈집 일대를 매입하면 신속한 정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해당 부지에 주민 편의시설, 공공시설 등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용도로 빈집 부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한 기금 조성이 필수다.

앞서 부산 서구도 2020년 빈집매입기금 30억 원을 조성한 바 있다. 기금으로 버스정류장, 주민 쉼터 등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면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도구청은 올해 안에 빈집매입기금을 운용할 근거가 되는 구 조례를 제정한다는 입장이다. 영도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일단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구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기금 규모나 기금을 모으는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도구의회도 빈집매입기금 조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소속 최찬훈 영도구의원은 “빈집 문제는 모두 공감하는 문제”라며 “빈집 정비 재원 마련은 긍정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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