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체일로 부산 산단 체질 개선해 신성장동력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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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단 고용 인원 2000여 명 줄어
첨단 등 산업 다변화로 돌파구 삼아야

국가산단인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의 가동률이 74.1%로 전국 국가산단 평균 84.1%보다 10%P나 낮게 나타났다. 24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국가산단인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의 가동률이 74.1%로 전국 국가산단 평균 84.1%보다 10%P나 낮게 나타났다. 24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한국 경제의 한 축이자 기둥인 부산의 국가산업단지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산단 곳곳에는 공장 매매·임대 스티커가 즐비하고 입주기업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들의 폐업도 줄을 잇는다. 지역 산단 전체 고용 인원은 1년 만에 2000여 명이 줄었다. 전국의 국가산단 평균 가동률은 84.1%지만, 녹산산단 가동률은 겨우 74.1%에 머무는 수준이다. 5년 전에 비해 녹산산단 입주업체는 114곳이 감소해 텅 빈 공장이 많은 상태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위기 신호다. 이는 부산 전 지역 산단 모두가 처한 상황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단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산단은 부산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지역 산단에서 확인되는 현장의 몰락 정도는 심각하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조선기자재와 기계 생산업체 밀집 지역인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한 골목에선 기계 돌아가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고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고 한다. 경기 상황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친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기업 자체적으로 혁신을 꾀하기도 힘들고 연구 개발할 고급 인력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산단을 나가려는 기업은 있어도 입주하려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조선기자재 업체였는데 지금은 나가고 공장 대신 냉동창고로 쓰이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한 직원의 말은 지역 산단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활력 잃은 산단은 비단 녹산만이 아니다. 신평장림산단, 회동·석대도시첨단산단, 반룡산단 등 부산 지역 산단 전체가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신평장림산단은 오후 5~6시만 되면 산단 내 모든 공장의 불이 꺼지고 적막감만 감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수출액은 21.3%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부산 산단 특성상 산단 입주기업 상당수가 원자재 가격 상승, 대출 이자 상승을 버텨낼 체력이 바닥났다고 분석한다. 부산 산단 27곳 중 20년 이상된 곳이 8곳에 달하고, 중장년 인력 중심의 ‘늙은 산단’이 돼버린 것도 문제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 산단이 무너지면 부산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가만히 앉아서 침체의 늪에 빠질 순 없다. 부산 산단의 산업 다각화는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돼야 한다. 산업 경쟁력의 기반인 산단을 미래형으로 바꾸는 ‘산단 대개조’가 필요하다. 외곽에 산단이 몰려있는 데다 특정 분야에 집약된 부산 산업 구조상 글로벌 위기가 닥쳤을 때 산단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부산 기업들이 첨단 산업 등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후 산단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지역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고급 인력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산학은 물론 부산시와 기초지자체도 적극 협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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