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튜버 살인극… 조회수 노린 폭력·폭언 판치는 유튜브
유튜브로 비방전 50대, 직접 만나 칼부림
사회적 폐해 막을 규제 방안 등 검토해야
지난 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벌어진 50대 유튜버 간 대낮 살인 행위는 폭력·폭언 등 막장으로 치닫는 유튜브 문화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각각 수천 명대의 구독자를 거느린 두 사람이 그동안 유튜브로 무차별 비방전을 일삼다 대낮 법원 앞에서 상봉해 칼부림 끝에 한 사람은 살해되고, 또 이를 촬영해 고스란히 생중계하는 일은 분명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시민들은 물론 온 국민들도 법원 앞에서 벌어진 참변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조회수와 수익에만 매몰돼 이성을 내팽개친 유튜버의 도를 넘는 행위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유튜브를 통한 불량 콘텐츠 양산이 문제가 된 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최소한의 금도마저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요즘엔 온라인상에서 다투던 당사자들이 아예 실제로 만나서 싸우는 소위 ‘현피’는 물론 대놓고 하는 인격공격성 방송, 폭행·폭언이 난무하는 영상 등 갈수록 그 내용이 노골적이고 추잡해지고 있다. 부산지법 앞 살인 사건도 유튜브를 통해 상호 비방전을 이어오던 양 당사자가 수십 건의 소송 끝에 적개심을 억누르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유사한 사례는 이외에도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시청자들도 적나라한 영상에 댓글을 달며 이를 후원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처럼 갈수록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이 판치게 된 데는 조회수 증가와 이를 통한 수익 확보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영상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조회수나 구독자 수만 많으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이 바닥의 생리다. 수익에 도움만 된다면 선정적인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가짜뉴스 양산부터 폭력이나 살인 등 반사회적인 내용도 꺼리지 않는다. 실제로 올 3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의 내부 불화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제작자들이 단 2주 만에 7억 원의 유튜브 광고 수익을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니 살인 참극까지도 유튜브 소재로 동원된다.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당국은 조회수만을 노린 유튜브에 대해 규제나 감독 강화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욕설과 폭력, 범죄가 난무하는 지금의 막장 유튜브의 폐해는 너무나 심각하다. 몇 사람의 자유를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 온 국민이 피해를 감수할 수는 없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제한적으로 내용 규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플랫폼 사업자 등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유튜버의 활동을 위축 또는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막장 유튜브가 횡행하는 현실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